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66
어제:
338
전체:
5,022,155

이달의 작가
2008.05.07 15:13

솜눈

조회 수 418 추천 수 6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솜눈


                                         이 월란




밤이 하얗게 사라지고 있다

해 아래 고개 든 봄의 정수리 위에도

아직 종료되지 않은 한(恨)을 하얗게 부수어 내린다

지각 없는 천지에 소복을 입히고

문신처럼 새겨진 항간의 낙서들을 지우고 있다

파란 하늘 아래 저리도 잊고 싶었던 것들이 많았던가

청정한 햇살 아래 저리도 버리고 싶었던 것들이 많았던가

밤이 하얗게 지워지고 있는 어둠 속에

뜬 눈으로 뭇가슴 지새길 저리도 바라고 있었던가

버선발로 뛰쳐나오길 바라는 임의 소식

그리도 낚아채고 싶었던가

별 따려 하늘 바라던 두 눈이 그리도 역하던가

무명의 몸살을 언땅 위에 패대기를 치고

무참히도 밟아내고 있다

모질게도 입을 막고 있다

삼킨 비명은 정화된 토사물처럼 쌓여만 가고

빙초산같은 손으로

봄밤의 신화를 잠재우고 있다


                                          2007-02-26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25 오디오북 이월란 2021.08.16 128
1024 물병과 병물 이월란 2021.08.16 132
1023 RE: 새벽 이월란 2021.08.16 121
1022 다섯 개의 비밀 이월란 2021.08.16 116
1021 언니 이월란 2021.08.16 110
1020 안녕, 눈동자 이월란 2021.08.16 109
1019 클래스 바 (Class Barre) 이월란 2021.08.16 100
1018 바나나 속이기 이월란 2021.08.16 100
1017 오래된 가족 이월란 2021.08.16 57
1016 창세기 다시보기 이월란 2021.08.16 63
1015 공항 가는 길 이월란 2021.08.16 53
1014 토르소 이월란 2021.08.16 89
1013 접속 이월란 2021.08.16 68
1012 홀수의 미학 이월란 2021.08.16 74
1011 야경 찍는 법 이월란 2021.08.16 53
1010 마스크 이월란 2021.08.16 55
1009 노을 5 이월란 2021.08.16 54
1008 흐린 날의 악보 이월란 2021.08.16 58
1007 동백아가씨 이월란 2021.08.16 62
1006 눈길 이월란 2021.08.16 59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