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72
어제:
306
전체:
5,023,085

이달의 작가
2008.05.08 13:32

평행선

조회 수 485 추천 수 4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평행선



                                             이 월란




내 몸 빌어 태어난 아이
내 것인줄 알았습니다


손금하나 그어준 것 없이
머리칼 한올 심어준 것 없이
신비로 이어진 탯줄 빌어
허기진 어린 배 채워주었다는 그 이유만으로
정년 내 것인 줄 알았습니다


나는 추웠기에
바람막이를 세워 주었고
꽃이 되고 싶다기에
자고나도 시들지 않을 마른꽃을 걸어 주었고
무지개가 보고싶다기에
밤새 칠한 일곱색깔 무지개도 걸어주었습니다


나는 주인공이 되고 싶었기에
열심히 대사를 외우게 했고
난 넘어지고 아팠기에
내 손 부르트도록 길 닦아주었습니다


어느 햇살도 눈부신 날
그 아이는 찬바람 일으키며
산너머 있다는 희미한 무지개 좇아
뒤 한번 돌아보지 않고 가버렸습니다


온실보다 차가운 세상이 좋다고
무대위의 주인공이나 조역조차도 아닌 차라리 관객이고 싶다고
넘어져 깨어지고라도 피가 빨갛다는 것 보고싶다고


그렇게 떠나갔습니다


내 손 닿을 수 없지만
결코 멀어지지도 않을
나의 또다른 평행선이란 걸 알지 못했습니다
결코 내가 될 수 없는 나의 분신이란걸 몰랐습니다

                                                          2006-11-30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5 폐경 이월란 2014.08.25 175
44 바람이었나 이월란 2014.08.25 183
43 빈집 이월란 2014.10.22 187
42 땅을 헤엄치다 이월란 2014.10.22 205
41 눈 오는 날 이월란 2014.10.22 217
40 귀성 이월란 2014.10.22 242
39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이월란 2014.10.22 172
38 바람과 함께 살아지다 2 1 이월란 2014.10.22 578
37 동백 아가씨 이월란 2014.10.22 421
36 야경 이월란 2015.03.30 106
35 타임아웃 이월란 2015.03.30 234
34 낙엽 이월란 2015.03.30 122
33 부음 1 이월란 2015.09.20 174
32 동물원을 베고 누운 고릴라 이월란 2015.09.20 187
31 입양아 이월란 2015.09.20 99
30 달팽이의 하루 2 이월란 2015.09.20 376
29 사각지대로 가 주세요 1 이월란 2016.09.08 110
28 가짜 귀고리 이월란 2016.09.08 115
27 화상을 입다 이월란 2016.09.08 304
26 난간에서 이월란 2016.09.08 126
Board Pagination Prev 1 ... 43 44 45 46 47 48 49 50 51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