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7
어제:
231
전체:
5,025,660

이달의 작가
2008.05.09 09:28

버리지 못하는 병

조회 수 865 추천 수 3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버리지 못하는 병


                                                         이 월란





첫 아이 첫 생일 때 불 밝혔던 초
서랍안에서 떨어지는 촛농 붙들고 아직도 서 있다
신심(信心)에 불이 붙어 어린생명들 눈길 붙들려
밤새워 그렸던 물고기 뱃속에서
요나가 턱을 괴고 십오년째 옷농 구석에 앉아 있다
철 모를 때 입고 다니던 노랑색 파카
차가운 골목길 그림자 하나 목도리처럼 두르고
구석빼기 옷걸이를 붙들고 놓지 못한다
품어주기엔 너무 커버린 아이들 젖내나는 웃음 소리가
따글따글 섞갈리는 조약돌 주머니, 선반 구석에서
숨죽이려 키득거리고 있다
마음밭을 어지럽히는 버려도 될 것들을
아망스럽게도 쌓아 놓고 있나보다
나 조차도 버려야 할 때 예고없이 온다는데
연습은 언제 하려는지
한 번 버리면 열 번, 백 번 후회할 것 같아
눈으로 밟고 지나갈 때마다
텅빈 미소가, 눈물이, 회한이 솟구쳐도
버리지 못하는
고칠 수 없는 병

                                                         2006-12-12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65 잃어버린 날 이월란 2008.05.08 352
964 눈꽃사랑 이월란 2008.05.08 406
963 흔들의자 이월란 2008.05.08 559
962 너에게 가는 길 이월란 2008.05.08 460
961 뒷모습 이월란 2008.05.09 380
960 유럽으로 간 금비단나비 이월란 2008.05.09 370
» 버리지 못하는 병 이월란 2008.05.09 865
958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날 이월란 2008.05.09 481
957 원형나비 이월란 2008.05.09 329
956 이별예감 이월란 2008.05.09 482
955 위선 이월란 2008.05.09 273
954 손을 내밀어요 이월란 2008.05.09 387
953 눈물의 미학 이월란 2008.05.09 320
952 오늘도 쌀을 씻는다 이월란 2008.05.09 328
951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이월란 2008.05.09 314
950 허아비 이월란 2008.05.09 440
949 악습 이월란 2008.05.09 341
948 제비집 이월란 2008.05.09 333
947 해질무렵 이월란 2008.05.09 336
946 모순 이월란 2008.05.09 308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