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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08.05.09 11:22

간장종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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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종지


                                                                            이 월란





나의 주방엔 앙증맞은 간장종지 세 개가 있다
오래 전 친정에 갔을 때 엄마가 주신 것이다
엄마 이것 진짜 이쁘다 하면 가져가라 하셨다
엄마 이것도 이쁘다 하면 그것도 가져가라 하셨다
딸은 모조리 야지리 허가받은 날도둑들이라 하시며
내 입에서 이쁘다 하는 소리를 듣는 물건들은 죄다
내 가방 속으로 터질 듯이 쑤셔박혀 태평양을 건너 오게 되는 것이다
별 것도 아닌 것들을 그렇게 뺏어 오면 난 행복했었나 보다
엄마의 사랑을 육안으로 구별이 가능하게끔 변신시키는 행위였을지도 모른다
어느 날 딸아이가 그 간장종지를 자세히 보더니
엄마 이것들 사이즈가 달라요 잘 보니까. 하는 것이었다
난 똑같은 사이즈인줄 알고 내내 써 왔었다
그까짓것들 사이즈가 다르면 어떻고 같으면 어땠으랴만
난 그 종지 세 개를 들여다 보며 싱크대 앞에 쪼그리고 앉아 울었나보다
내가 알지 못하고 살아온 엄마의 비밀을 들여다 보는 기분이었다
내가 알고 싶지도, 묻지도 않았던 얼마나 많은 비밀들을 그 분은 안고 가셨을까
엄마의 과거, 엄마의 사랑, 당신의 삶 구석구석에 숨어있었을 비밀들.....
난 관심도 없이 나 살아가기에만 그저 바빴다
알고 난 지금은 습관처럼 꼭 사이즈대로 포개어 둔다
구별이 힘들만큼 거의 같은 사이즈이지만 늘 살피게 된다
이제와서 뭣하러 그러고 있어야만 할까 싶어도
그렇게 구별해 두면 그 분이 안고 가신, 내가 알지 못하는 숱한 사연들도
제자리를 찾아 한숨이 거두어질까 싶어서이리라


                                                                               2007-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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