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40
어제:
176
전체:
5,020,841

이달의 작가
2008.05.09 13:18

레모네이드

조회 수 364 추천 수 3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레모네이드



                                                                    이 월란




하지의 햇살이 주근깨 돋힌 아이들의 콧잔등을 달구면
덩달아 달아오른 골목길, 비키니 차림 금발의 계집아이들은
날빛 슬슬한 골목, 비치파라솔 아래서 레모네이드를 판다
지나가는 차들에게 손을 흔들며 킥킥대는 숫기 없는 그들은
종이컵에 담겨진 노란 레모네이드처럼 새콤달콤 말이 없다


저렇게 장사판을 벌이겠다고, 트램폴린 위에서 같이 뛰며 뒹굴자고
팔을 잡아 끌던 나의 작은 아이들은 지금 어디로 갔는가
<장사하는 법을 가르쳐주지, 원가는 돌려주는거야>
고사리밥 같은 손에서 2불 50센트를 뺏어오던, 벼룩의 간을 내 먹던
젊은 엄마를 초롱초롱 빤히 쳐다보던, 나를 성가시게 하던
그 아이들은 지금 어디로 갔는가


술래잡기를 하다 엄마를 영영 못찾은, 벽장 속 밍크이불 더미 속같은
그런 장소는 어김없이 다음 숨바꼭질의 첫 은둔지로 선택하여
늘 못찾은 척 아래 위층을 쿵쾅 쿵쾅 뛰어다니며 기를 살려주어야 했던
나의 귀여운 아이들은 지금 어디로 갔는가


반짇고리 안의 영민한 바늘처럼 나의 여가를 콕콕 발라먹으며
나의 젊은 날들을 훔쳐간 아이들은
내리사랑의 눈치 없이 질긴 이 집착으로 아직도 뱃속이 허전한
여자를 팽개쳐 두고 어디로 갔는가


창 밖의 비치파라솔 아래 노란 레모네이드는
삐뚤빼뚤 아직도 50센트인데

                                                  
                                                                     2007-07-05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05 미래로 가는 키보드 이월란 2010.01.19 472
904 헌혈카페 이월란 2010.06.07 472
903 몸길 이월란 2010.10.29 472
902 치병(治病) 이월란 2008.05.07 471
901 날개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 이월란 2011.05.31 470
900 당신에게선 물 흐르는 소리가 나요 이월란 2009.12.20 468
899 휠체어와 방정식 이월란 2010.03.15 467
898 치과에서 이월란 2009.12.31 466
897 봄, 여름, 가을, 겨울 이월란 2010.03.22 466
896 상상임신 3 이월란 2010.04.23 465
895 이별을 파는 사람들 이월란 2008.05.08 464
894 호텔 YMCA, 채널1 이월란 2010.05.25 464
893 어릴 때 나는 이월란 2011.05.10 464
892 사랑을 달아보다 이월란 2011.10.24 464
891 하늘 주유소 이월란 2011.12.14 464
890 바람개비 이월란 2010.08.22 463
889 오줌 싸던 날 이월란 2009.01.16 462
888 마지막 키스 이월란 2010.06.28 462
887 너에게 가는 길 이월란 2008.05.08 460
886 깡패시인 이월란 2010.01.07 460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