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8
어제:
232
전체:
5,033,173

이달의 작가
2008.05.10 07:48

시차(時差)

조회 수 323 추천 수 3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시차(時差)


                                                                                                                                                          이 월란




지구를 반바퀴 돌아가면 자정이 지나서 허기가 온다. 정오가 지나면 속눈썹에 내려앉은 지구를 들어올리느라 온 몸으로 버텨내야 한다. 마음처럼 간사하지도 못한 몸뚱이, 기억을 붙들고 하소연한다. 내게 당당히 요구한다. 이제 잘 시간이 왔다고, 이제 먹을 시간이 왔다고


마음이 버린 것들을 주섬주섬 기억하는 몸
마음이 받아들인 것들을 거뜬히 거부하는 몸
세뇌 당한 허잡스런 현실에 간단히 등 돌리고 숙습의 질서에 충직한 몸은
현실이 아닌 입력된 일상에 족반을 디디고 기억에 기생하고 있음이다


나의 마음은 그랬다. 가파른 지세 따라 몸을 바로 세워야 했고, 바다를 지날 땐 지느러미를 내어 헤엄을 쳤으며, 하늘을 만나면 날개를 내어 날아다녔다. 그늘이 져도 해를 향해 웃었고, 마음에 소중히 둔 것들도 없는 듯 행세했다. 못이 박혀도 신음소리 밖으로 내지 않았으며, 그 마음 가지려, 그 마음 삭이려, 그 마음 주려, 그 마음 돌아서려, 그 마음 붙이려, 그 마음 채우려, 그 마음 가벼워질 때나 무거워질 때나 썩이고 외면하기 일쑤였다.


내 마음의 진리는 밖에 있었는데 몸의 진리는 몸 속에 당당히 집을 지었다
교활한 마음의 요란한 날갯짓은 아름다운 것인가, 서러운 것인가
고착되어버린 몸의 촉수는 허기와 수면부족에 모질게 시달린 후에야 서서히 포기를 하고 살길을 찾는다
집으로 돌아갈 때쯤 아주 서서히
                                                                          
                                                                                                                                                           2007-08-01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85 그리고 또 여름 이월란 2008.07.02 250
884 그리운 이에게 이월란 2010.09.20 526
883 그리운 자리 이월란 2010.01.29 388
882 그리움 이월란 2008.06.05 231
881 그리움 이월란 2008.11.19 247
880 그리움 2 이월란 2009.11.21 332
879 그리움 3 이월란 2009.11.25 301
878 그리움 4 이월란 2009.12.22 330
877 그리움 5 이월란 2010.04.23 364
876 그리움 7 이월란 2010.06.28 350
875 그리움이 이월란 2010.12.26 370
874 그림 이월란 2012.04.10 241
873 그림자 밟기 이월란 2008.05.09 307
872 그림자 숲 이월란 2010.08.08 452
871 그림자숲 이월란 2009.04.05 250
870 그립다 말하지 않으리 이월란 2008.05.08 385
869 근시안 이월란 2009.05.09 267
868 금단(禁斷) 이월란 2010.04.18 416
867 금단의 열매 이월란 2014.06.14 539
866 금치산녀 이월란 2009.08.29 503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