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61
어제:
276
전체:
5,025,583

이달의 작가
2008.05.10 07:50

미로아(迷路兒)

조회 수 299 추천 수 2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미로아(迷路兒)


          
                                                          이 월란




오늘같은 날은 길을 잃어도 좋겠네
잃어서 다시 찾을 그 길이 이 길이어도
몸 밖으로 길게 뻗어나와 찾아야 할 이 길이
학의 목같은 기다림 속에서
묵은지처럼 짭쪼롬한 권태에 절여진 이 길이
헤매임 속에서 한번 헹구어진다면, 한번 더 간이 배인다면


오늘 같은 날은 눈속임하듯 슬쩍 놓아버리고 길을 잃어도 좋겠네
애 태우듯 다시 찾아가고 싶어지겠네
무언가에 닿아야만 길이 보여지던 바람처럼
헤살놓듯 투명히 가로막은 장애물들이 한걸음 비켜서면
바람에 흔들리듯 훤히 보일 것 같아


오늘 같은 날은 길을 잃어도 좋겠네
가다가, 나처럼 길 잃은 소낙비를 만나 남의 집 처마아래
하염없이 빗살과 눈 맞추고 서 있어도 좋겠네
추월에 정신 팔린 차바퀴에 흙탕물이 튀어도 분내지 않을 것 같은
오늘 같은 날


나와는 궁합이 맞지 않는 것 같은 세상이란 걸 알면서도
목 뺀 담장 너머로 끊임없이 연서(戀書)를 띄우는 나를
용서하고 싶지 않은 오늘 같은 날은


성대도 생식기도 제거된 불비(不備)의 연골로도
빳빳이 걸어갈 수 있는 법을 어느정도 익힌 불혹(不惑)의 나이 어디 쯤에서
평생이 미혹(迷惑)일 것 같은 난, 길을 잃어도 좋겠네
                                                  
                                                                                                                                                        2007-08-03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25 바람아 이월란 2008.05.10 306
424 바람과 함께 살아지다 2 1 이월란 2014.10.22 578
423 바람과 함께 살아지다 이월란 2012.01.17 511
422 바람개비 이월란 2010.08.22 463
421 바람 맞으셨군요 이월란 2008.05.08 317
420 바다몸 이월란 2009.04.14 270
419 바느질 이월란 2008.05.08 387
418 바나나 속이기 이월란 2021.08.16 100
417 밑줄 이월란 2008.05.10 270
416 밀수제비 이월란 2009.12.31 389
415 미자르별이 푸르게 뜨는 날 이월란 2008.05.10 410
414 미워도 다시 한번 이월란 2008.05.10 393
413 미역국 이월란 2009.11.11 452
412 미몽(迷夢) 이월란 2008.05.10 343
411 미리내 이월란 2008.05.10 234
410 미로학습 이월란 2013.05.24 235
409 미로캠 이월란 2008.05.10 309
» 미로아(迷路兒) 이월란 2008.05.10 299
407 미련 이월란 2009.09.04 331
406 미래로 가는 키보드 이월란 2010.01.19 472
Board Pagination Prev 1 ...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