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62
어제:
338
전체:
5,022,151

이달의 작가
2008.05.10 08:03

기다림에 대하여

조회 수 282 추천 수 2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기다림에 대하여


                                                         이 월란




기다림 속에선
누군가 뒤돌아선 골목 어귀에 늘 첫눈이 내리고 있다
밤을 팬 새벽이 한결같은 맘으로 이제 막 일어서고 있고
두 눈 시리도록 푸른 아침의 설원에 선한 첫발자국 남기려
나의 한쪽 발이 들리고 있다


기다림 속에선
상영되지 않은 영화가 두근거리는 가슴 사이로
손풍금의 주름상자같은 휘장을 젖히고 있고
내 이름 석자, 검은 스크린에 별처럼 뜨고 있다


기다림 속에선
우주의 동면에서 막 깨어난 씨앗 하나
목성 쯤에서 날아온 꽃가루 타고
지구에 발을 내리고 있다


기다림 속에선
물결무늬 화려한 식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서러워 버거워진 눈빛이 할 말을 잊고
무언의 꽃 한송이 잎맥따라 대신 피어나고 있다


기다림 속에선
갱지 위에 흩어져 탈고되지 못하는 부박한 시나리오가
끊임없이 각색되어
지치지도 않고 무대 위를 오르내리고 있다


기다림 속에선
숯덩이같은 교망(翹望)에 불씨를 놓고
늘 누군가 투명한 가슴으로 웃고 있다
지상에서 가장 환하고 눈부신 화로 안에서

                                    
                                                           2007-08-15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5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이월란 2008.05.10 341
164 사실과 진실의 간극 이월란 2008.05.10 322
163 미라 (mirra) 이월란 2008.05.10 293
162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이월란 2008.05.10 499
161 그대여 이월란 2008.05.10 510
160 세월도 때론 이월란 2008.05.10 295
159 파도 2 이월란 2008.05.10 238
158 어떤 하루 이월란 2008.05.10 293
157 철새는 날아가고 이월란 2008.05.10 275
156 운명에게 이월란 2008.05.10 289
155 서로의 가슴에 머문다는 것은 이월란 2008.05.10 323
154 꽃그늘 이월란 2008.05.10 256
153 가을이 오면 이월란 2008.05.10 255
» 기다림에 대하여 이월란 2008.05.10 282
151 너에게 갇혀서 이월란 2008.05.10 323
150 붉어져가는 기억들 이월란 2008.05.10 294
149 행복한 무기수 이월란 2008.05.10 287
148 별리(別離) 이월란 2008.05.10 417
147 별 2 이월란 2008.05.10 267
146 가시목 이월란 2008.05.10 385
Board Pagination Prev 1 ... 39 40 41 42 43 44 45 46 47 48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