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63
어제:
259
전체:
5,026,075

이달의 작가
조회 수 323 추천 수 2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서로의 가슴에 머문다는 것은


                                                           이 월란




서로의 가슴에 머문다는 것은


빈궁한 부락에 태반(胎盤)같은 성(城) 하나 쌓아가는 것
인비늘 뽀얗게 쌓인 망각의 거친 땅을 일구어
기억의 나무를 심고 서로의 나이테가 고리를 물면
너의 나이를 내가 먹고, 나의 나이를 네가 먹는 것


성벽 에두른 담쟁이 넝쿨이 되어 서로를 타고 오르는 것
잎맥이 맞닿아 들숨과 날숨으로 서로를 호흡해도
서로의 안에 살아지지 않아 자꾸만 숨이 가빠오는 것
머문 듯 떠 다니는 발은 땅에 닿지도 못해
내리고 또 내려 두 발 사이로 애간마저 녹아내리고


정처없는 불립문자의 유랑으로
돌아서면 기억세포마저 건망으로 허물어져
끊임없이 다시 돌아가 확인하고 싶어지는 것
만져도 만져도 만져지지 않아 서로의 홍역을 대신 앓다
마음 끝에라도 붉은 발진 피워내는 눈비음 같은 것


폐농의 벌판같은 황량함 맨정신으로 삼켜도 삼켜지지 않아
풋살구 깨문 입안에 침 고이듯
수척한 등롱 흔들어대는 눈물만 흥건해지는 것


서로의 허파가 되어 떠다니는 신비한 부유(浮遊)
그 눈부신 쓰라림

                                        
                                                          2007-08-18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5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이월란 2008.05.10 341
164 사실과 진실의 간극 이월란 2008.05.10 322
163 미라 (mirra) 이월란 2008.05.10 293
162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이월란 2008.05.10 499
161 그대여 이월란 2008.05.10 510
160 세월도 때론 이월란 2008.05.10 295
159 파도 2 이월란 2008.05.10 238
158 어떤 하루 이월란 2008.05.10 293
157 철새는 날아가고 이월란 2008.05.10 275
156 운명에게 이월란 2008.05.10 289
» 서로의 가슴에 머문다는 것은 이월란 2008.05.10 323
154 꽃그늘 이월란 2008.05.10 256
153 가을이 오면 이월란 2008.05.10 255
152 기다림에 대하여 이월란 2008.05.10 282
151 너에게 갇혀서 이월란 2008.05.10 323
150 붉어져가는 기억들 이월란 2008.05.10 294
149 행복한 무기수 이월란 2008.05.10 287
148 별리(別離) 이월란 2008.05.10 417
147 별 2 이월란 2008.05.10 267
146 가시목 이월란 2008.05.10 385
Board Pagination Prev 1 ... 39 40 41 42 43 44 45 46 47 48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