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월란 posted May 10,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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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월란




해진 종이 위에서 잠을 잔다
신음마저 얼어붙은 빙산의 침상
어제라는, 영안실에 걸린 영정같은 시간들이 고여 있는 곳
유품 속 비망 노트같은 언어들이 부활 하는 곳
공중분해되어버린 탈주범의 숨소리로
고통의 싹이 내리는 곳
기운 도시 아래 한뎃잠 자는 걸인의
서늘한 등골에 이승의 옹이가 박혔다
별들의 자맥질 아래
덜떨어진 시선(視線)은 가뭇없이 갈피를 잃고
현세를 등진 시선(詩仙)이 열 뜬 섬어(譫語)로 잠드는 곳
맹목에 익은 내 시의 아가리에 재갈을 물리고 싶다
거기 진솔한 생의 굴레가 달릴 수나 있나
고삐를 매어 척박한 땅을 일굴 수나 있나
아침의 두 손이 들것처럼 실어 올
묵직한 내 생의 무게가 행여 타인의 모습일까
어느 시린 저녁엔
나를 버리고 싶고
온전히
버리고 싶고
                                    
                                                      2007-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