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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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08.05.10 09:21

흐린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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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


                                                                                                                이 월란




문을 나섰다. 날이 흐리다. 온 세상이 엎드려 울먹이고 있나. 무엇인가 지워지고 있을까. 무엇인가 손상되고 있을까. 무엇인가 더럽혀지고 있을까. 초가을 유타는 열병으로 석달을 못 채운 만년설 다시 부르고, 저 높은 흰 눈 속엔 초근목피의 생약같은 아라한들의 발자국 있을 것 같아. 지는 단풍보다 성긴 눈 지상으로 먼저 내려와도 길들은 환하게 제 몸을 열겠지. 그럼 난 온종일 눈밭을 걸어야지. 그래야지. 준비 없이도 소리 없이 눈 맞은, 저 범상치 않은 길 속으로. 해갈을 꿈꾸던 내 안에 사막 한 뼘씩 자라고 있다고, 날빛 아래서도 난 이제 나를 믿지 않기로 했는데. 누렇게 진 잎 위에 정신 놓듯 슬쩍 놓고 온 저것들을...... 흐린 날 문을 열고 나서는건 말줄임표로 걸어가는 것...... 이렇게...... 여섯 개의 점......으로


                                       2007-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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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회향(懷鄕)

  2. 사랑 2

  3. 미로아(迷路兒)

  4. 백념(百念)

  5. 함박눈

  6. 고해

  7. 공항대기실

  8. 꽃덧

  9. 바람을 낳은 여자

  10. 나에게 말 걸기

  11. 바람의 혀

  12. 기억의 방

  13. 나는 모릅니다

  14. 디카 속 노을

  15. 마중물

  16. 가을소묘

  17. 흐린 날

  18. 좋은 글

  19. 세월도 때론

  20.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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