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35
어제:
338
전체:
5,022,024

이달의 작가
2008.05.10 10:02

밑줄

조회 수 270 추천 수 2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밑줄


                                                      이 월란




책을 읽다가 밑줄 하나 긋습니다
다시 돌아와 펼쳐 볼 것도 아니지만
밑줄 하나 그어 둡니다
가슴 속에 하선(下線) 치듯
그렇게 살고 싶은, 그렇게 살고 싶게 만드는
구절 아래 잇다라 긋는 선 하나 새겨둡니다
그냥 지나치면 헐어내린 내 한 귀퉁이 마저 허물어질까
내일이란 이름으로 다가올, 아직 아무도 밟지 않은
첫 눈 내린 새벽길 같아
눈 감으면 보이는 내 유년의 맑은 창같아
마음의 서랍에 깊이 넣어 둔 엽서 속 필체같아
자로 그은 듯 또옥 바로 선 하나 그어 둡니다
밑줄 위에 얹어 두고 덮어지는 그 언어들이
줄 밟듯 내 삶의 길을 대신 밟아 줄 것도 아니지만
사각사각 낙엽 밞으며 지나 온 길
바람 한 점 남아 부서진 낙엽마저 쓸고 갈지라도
그저 한 줄 그어 두고 가는 것
다신 돌아올 수 없는 순간 아래 밑줄 하나
주욱 그어두고 가는 것
사는 것이, 그런 것이 아니던가요

                                
                                                   2007-10-11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25 홈리스 (homeless) 이월란 2008.05.31 268
824 개가(改嫁) 이월란 2009.02.08 268
823 떠난다는 것 이월란 2011.09.09 268
822 소포 이월란 2008.12.26 269
821 라식 이월란 2009.02.03 269
820 돌아온 탕자 이월란 2009.07.27 269
819 카멜레온 이월란 2009.10.17 269
818 무대 위에서 이월란 2011.07.26 269
817 숙명 이월란 2008.05.09 270
» 밑줄 이월란 2008.05.10 270
815 흔들리는 집 2 이월란 2008.05.10 270
814 당신, 꽃이 피네 이월란 2008.06.04 270
813 유정(有情) 이월란 2008.07.30 270
812 바다몸 이월란 2009.04.14 270
811 사랑이라 부르면 이월란 2009.10.01 270
810 고인 물 이월란 2011.09.09 270
809 제3국어 이월란 2012.05.19 270
808 이월란 2008.05.10 271
807 다이어트 이월란 2008.05.10 271
806 피사체 이월란 2008.10.28 271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