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6
어제:
379
전체:
5,021,389

이달의 작가
2008.05.10 10:03

페치가의 계절

조회 수 253 추천 수 2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페치카의 계절


                                                           이 월란




찬바람의 피톨들이 전사처럼 창을 에워싸면
희망온도가 쾌속정을 타고 하강하는 시점
오븐에 내 고향의 흙내가 나는 고구마를 넣어 두고
둘째 아이 아기때 담요를 덮고
벽난로 앞에서 아기 고양이와 잠을 청한다
갑자기 나태해진 시간의 심지를 타고
따끈따끈 달아오르는 현실의 양볼
야생을 포기한 무정형의 순한 불길은
뒤안길 삭정이같은 기억마저 아름아름 핥아 내고
타닥타닥 마른장작 숨 끊어지는 소리
어린 날 내 어미의 가슴에 귀를 묻고 헤아리던
그 붉은 심장소리 같아
불현듯 삶이 아프다
결코 범람치 못할 불길로 내 순간을 그을리고
가버린 열상의 흔적같아
부넘기 없는 함실 아궁이처럼 곱게만 타오르는 저 불길마저
맨살에 척척 갖다 바르는
내 자폐의 습관은 누구로부터 온 것인가
아, 삶은 이렇게 따뜻한 것들이라고
권대로운 듯 외길의 방고래로 타오르는 불김같은 것들이라고
오직 새끼를 품은 어미짐승의 포만감으로
가르랑 가르랑 행복한 경련에 무비로 늘여 놓은
아기고양이 뱃가죽에 내 자폐의 두 손을 얹어 놓고
백치같은 아둔한 네발로 꿈길을 걸으리라
내 실향의 고구마를 품은 오븐의 타이머가
같이 타죽긴 싫다며 생고함을 지를 때까지만이라도

                                    
                                                          2007-10-12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05 레모네이드 이월란 2008.05.09 364
904 그냥 두세요 이월란 2008.05.09 275
903 내 마음의 보석상자 이월란 2008.05.09 370
902 사랑 2 이월란 2008.05.09 299
901 선물 이월란 2008.05.09 236
900 사랑아 1 이월란 2008.05.09 285
899 사랑아 2 이월란 2008.05.09 303
898 날개 달린 수저 이월란 2008.05.09 276
897 햇살 무작한 날엔 이월란 2008.05.09 273
896 사람이 그리울 때 이월란 2008.05.09 432
895 간이역 이월란 2008.05.09 289
894 거부 이월란 2008.05.09 282
893 기억 이월란 2008.05.09 335
892 실내화 이월란 2008.05.09 273
891 어느 시인 이월란 2008.05.09 327
890 누전(漏電) 이월란 2008.05.09 350
889 꽃상여 이월란 2008.05.09 316
888 그 여자 이월란 2008.05.09 316
887 유리기둥 이월란 2008.05.09 379
886 눕고 싶을 때가 있다 이월란 2008.05.09 400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