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51
어제:
338
전체:
5,022,040

이달의 작가
2008.05.10 10:17

고별, 낙엽의 마지막 춤

조회 수 308 추천 수 2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고별, 낙엽의 마지막 춤


                                                                                    이 월란




푸르게 푸르게 붙들고 살았습니다 주신 운명의 가지를, 주신 인연에 흔들리며
수많은 잎들도 나처럼 그렇게 살더군요
수많은 나무들도 그렇게 줄지어 뿌리내리더군요
이름모를 사람들이 무수히도 나를 스쳐지나 갔습니다
첨탑의 쇠종소리 더불어 부서져 흩어지는 계절, 때가 왔답니다
무반주의 아리아가 나를 부릅니다 이별을 날자고
뜨는 해와 지는 해를 바라보며 누군들 뜨겁게 살고 싶지 않았겠습니까
이제 돌아가렵니다, 떠나온 곳으로, 나는 비로소 자유합니다
하늘은 두 손 모으고 거리는 일어서 고요을 부르짖고 있습니다
오색의 단풍은 지상에서 가장 화려한 무대복
수액이 말라버린 나의 몸은 지상에서 가장 가벼운 무희의 몸짓
세상은 숨죽여 나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바람이 손을 내밀고 있습니다
흔들림의 삶에서 정착으로 가는 길, 바로 내 발밑에 있었습니다
돌아보지 않습니다 신열에 들뜬 지난 날의 흔들림을
폭설과 햇살과 비바람이 새겨준 내 아름다운 문신을 이제 허공에 새깁니다
나의 맨발이 닿을 저 싸늘한 대지는
품은 생명들이 마그마처럼 흘러내리는 뜨거운 활화의 땅
증발되어 버린 시간들이 허공에서 지도(地圖) 위로 찬란히 부서져 내립니다
나도 길이 되고 싶었습니다
나의 첫무대랍니다, 가지 끝에서 지상까지

                                                      
                                                                                   2007-10-30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25 니그로 이월란 2010.09.26 565
824 다음 페이지 이월란 2010.09.26 431
823 푸른 물고기 이월란 2010.09.26 482
822 섬그늘 이월란 2010.09.26 566
821 진짜 바람 이월란 2010.09.26 404
820 요가 이월란 2010.09.20 441
819 천국, 한 조각 이월란 2010.09.20 557
818 F와 G 그리고 P와 R 이월란 2010.09.20 683
817 그리운 이에게 이월란 2010.09.20 526
816 부모 이월란 2010.09.20 546
815 묘지의 시간 이월란 2010.09.06 477
814 해체 이월란 2010.09.06 381
813 편지 4 이월란 2010.09.06 353
812 사랑밖에 이월란 2010.09.06 372
811 반지 이월란 2010.09.06 422
810 여름산 이월란 2010.08.22 477
809 연옥 이월란 2010.08.22 422
808 외계인 가족 이월란 2010.08.22 457
807 그대의 신전 이월란 2010.08.22 427
806 난청지대 이월란 2010.08.22 421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