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51
어제:
338
전체:
5,022,040

이달의 작가
2008.05.10 10:29

먼지

조회 수 251 추천 수 2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먼지


                                                                이 월란




보드랍고도 가는 허리마다 세월의 날개를 내어
오늘을 날아왔다지
저 난바다를 지나 마른 대지로 당도했다지
거친 물살에 여기저기 부딪히고서야
젖은 몸을 눈먼 바람에 다 말리고서야
서두름 없는 기다림으로 고이만 내려 앉았다지
수평의 난간마다 저리 세월을 새겨 놓아야만 했다지
누군가 야멸차게 헐어내린 시간의 몸을
허공의 다비소마다 울음 한조각 새겨두지 못하고
들것에 흔들렸던 여린 마음들을 쓸어담아
사계절의 현란한 무늬마저 고이 탈색한 추억으로
뜨거웠던 여름과 손시린 겨울을 몰고 왔다지
고이 엉겨붙은 미진은 뒤돌아보는 그늘진 미련
티끌의 눈발 속에 꿈의 잔해가
사나웠던 그림자가 흩어진 웃음소리가 손을 놓았고
지나간 날들의 몸부림을 죽은 살갗으로 쓸어 담아
저리도 고이 챙겨 안고
이른 아침의 태양에 바싹 마른 뼈가루를 무던히도 추려내었다지
걸레질 하는 두 눈 앞에 반질반질한 새 시간을 이제 내려 놓으라
나마저 쓸어담아 흔적마저 삼켜라
속된 과거는 허공의 쳇불을 고이도 빠져나왔다지
얼마나 빨리 얼마나 천천히 내려 앉았을까
시간의 맥박을 한번쯤 짚어주렴
깊이를 몰라도 빈틈 없이 발디딘
닦아낸 그 자리에 그대로 쌓여져 내릴 우리들의 시간으로
너의 머리를, 가슴을 굽이 굽이 흐르고도
내게서 떨어져내린 기억의 몸으로

                                        
                                                               2007-11-24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5 사내아이들 이월란 2008.09.18 255
144 진실게임 2 이월란 2008.05.10 254
143 똥개시인 이월란 2009.04.07 254
142 떠 보기 이월란 2011.12.14 254
141 단풍 이월란 2008.05.10 253
140 페치가의 계절 이월란 2008.05.10 253
139 사랑은 이월란 2008.05.10 253
138 저녁별 이월란 2008.05.10 253
137 분수(分水) 이월란 2008.05.10 253
136 라일라* 이월란 2008.12.19 253
135 고스트 이월란 2009.02.14 253
134 뜨거운 기억 이월란 2009.03.21 253
133 첫눈 2 이월란 2008.11.17 252
» 먼지 이월란 2008.05.10 251
131 오늘은, 삶이 이월란 2009.04.07 251
130 평생 이월란 2012.05.19 251
129 상사 (相思) 이월란 2008.05.10 250
128 그리고 또 여름 이월란 2008.07.02 250
127 투명한 거짓말 이월란 2008.10.11 250
126 그림자숲 이월란 2009.04.05 250
Board Pagination Prev 1 ... 40 41 42 43 44 45 46 47 48 49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