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12
어제:
276
전체:
5,025,634

이달의 작가
2008.05.10 10:51

성탄절 아침

조회 수 288 추천 수 1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성탄절 아침


                                                                                       이 월란




아이들이 어릴 땐 그랬었다
산타 할아버지가 갖다 놓으신 것들과 트리 아래의 선물들이 궁금해
밤새 뒤척이다 새벽같이 일어난 아이들이
잠옷바람으로 질러대는 함성 소리에 잠이 깼었다


아이들은 자랐다. 산타 할아버지는 더 이상 없다
선물들은 커버린 취향을 존중해 거의 현금이나 선물권으로 바뀌었다
새벽같이 일어나 고함치며 뛰어다닐 일들은 이제 어디에도 없다


다만 크리스마스 이브였던 어젯 밤, 오랜만에 네 식구가 소파에서 뒹굴며
새벽 두 시까지 Transformers 와 The Bourne Ultimatum 이란 영화를 보았다
고양이를 서로 안겠다고 싸웠고, 밤새 좁은 소파에서 발싸움을 벌였다


늦은 아침, 딸아이의 노크소리가 들렸다. 선물을 갖고 들어왔다
손가락 잘린 긴 팔 패션장갑을 껴보았고 큼직한 카드에 깨알처럼 박힌
그녀의 성탄메세지를 남편에게 읽어 주었다 읽으면서 내내 울었다


남편은 열심히 프렌치 토스트를 굽고 있고
내겐 늘 폭풍이었던 그녀와 오랜만에 같이 누워
게으른 공휴일의 아침을 뒹굴었다 긴팔 패션장갑을 낀 채
내겐 가장 행복한 크리스마스 아침이었다

                                                            
                                                                                   2007-12-25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05 지그재그 지팡이 이월란 2009.01.02 271
804 산그림자 이월란 2008.05.10 272
803 걸어다니는 옷 이월란 2008.05.10 272
802 낙조(落照) 이월란 2008.05.20 272
801 산눈 이월란 2009.02.14 272
800 기도 이월란 2009.07.29 272
799 위선 이월란 2008.05.09 273
798 햇살 무작한 날엔 이월란 2008.05.09 273
797 실내화 이월란 2008.05.09 273
796 산불 이월란 2008.08.27 273
795 흔들리는 집 5 이월란 2008.11.12 273
794 스팸메일 이월란 2009.01.07 273
793 출처 이월란 2009.04.21 273
792 눈길(雪路) 이월란 2008.05.10 274
791 여기는 D.M.Z. 이월란 2008.11.02 274
790 지우개밥 이월란 2008.12.02 274
789 충전 이월란 2008.12.19 274
788 CF* 단상 이월란 2009.01.15 274
787 시집살이 이월란 2009.04.05 274
786 춤추는 가라지 이월란 2009.04.09 274
Board Pagination Prev 1 ... 7 8 9 10 11 12 13 14 15 16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