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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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08.05.10 11:05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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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씨


                                                   이 월란




아직도
불씨 하나 피톨따라 떠돌지요
안개군단의 성(城)에 그리 오래 머물렀어도
젖어오지 않아, 가슴께로 오면 불꽃을 피워


한번씩 신열이 오르는 것은
가끔씩 시력이 떨어지는 것은
간간이 주소를 잃어버리는 것은


서로의 성역을 침범한 이래
뿌리 내린 칸살마다 바람 들어
쿵쿵쿵쿵 녹슨 청진기에 들려오는 심장소리


살아 있군요
쿵쿵쿵쿵 나도 살아 있답니다
그 사소한 부딪침에 전신이 멍들 줄은 몰라
급소를 맞고도 절명치 못한 마음


가진 적 없어도 나 잃었네
굴뚝마다 춤을 추는 사람들의 더운 입김
조문객 없는 장례식을 치른 후
아직도 글음 없는 생소한 나의 굴뚝에
사향내 풍기며 타고 있는 저 단단한 뼈들


바람벽에 붙어 있던 <잃어버린 사람을 찾습니다>
탯줄이 잘린 순간부터 생의 골목들을 숨가삐 쏘다니다
누구를 잃어버린 건가
안개정국의 시가지마다
젖지 않는 아청빛 불씨 하나
                              
                                               2008-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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