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4
어제:
379
전체:
5,021,367

이달의 작가
2008.05.10 11:41

벽 1

조회 수 290 추천 수 3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벽1


                                                                           이 월란




오래 전 집을 지으면서 모델하우스 안에 있던 벽 한 쪽을 허물었다
지하실로 내려가는 입구 한쪽의 벽을 허물고 나니 시야가 트였다
벽도 허물 수 있는 벽이 있고 허물수 없는 벽이 있단다
대부분 집채를 떠받치는 기둥과 맛물려 있는 탓에

  
어느 날 나의 동선이 지극히 한정되어 있음을 깨달았다
아니, 아주 미세한 차이로 차츰 차츰 좁아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벽이다
티끌 하나 없이 아주 맑고 깨끗한 벽
새가 날아오다 머릴 찧고 죽을만큼 투명하고 아름다운 벽
어둠 속을 걷는 청맹과니의 헛손질처럼 다가간다
벽 너머의 햇살은 더욱 눈부시다
방음벽 너머의 사람들은 늘 목젖 방아를 찧도록 웃어젖히고 있다


날아오던 파랑새 한 마리가 내 눈 앞에서 머릴 찧고 땅바닥에 떨어진다
나도 머릴 부딪치지 않기 위해 눈뜬 장님이 되어 더듬어 간다
사방이 벽이다

                                              
                                                                     2008-02-13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85 외출 이월란 2008.05.10 280
784 기억이 자라는 소리 이월란 2008.05.10 239
783 어느 아침 이월란 2008.05.10 246
782 미로캠 이월란 2008.05.10 309
781 미자르별이 푸르게 뜨는 날 이월란 2008.05.10 410
780 사랑 5 이월란 2008.05.10 287
779 당신꺼 맞지?--------------conte 시 이월란 2008.05.10 293
778 나를 건지다 이월란 2008.05.10 317
777 오늘, 그대의 삶이 무거운 것은 이월란 2008.05.10 328
» 벽 1 이월란 2008.05.10 290
775 손톱달 이월란 2008.05.10 323
774 바람의 뼈 이월란 2008.05.10 290
773 미워도 다시 한번 이월란 2008.05.10 393
772 그대, 시인이여 이월란 2008.05.10 281
771 눈 오는 날 1, 2 이월란 2008.05.10 326
770 날아다니는 길 이월란 2008.05.10 364
769 생인손 이월란 2008.05.10 573
768 인사이드 아웃 이월란 2008.05.10 416
767 꽃덧 이월란 2008.05.10 297
766 그 섬에 이월란 2008.05.10 287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