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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08.05.10 11:44

미워도 다시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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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도 다시 한번


                                                               이 월란



물고 빨고 깨물던 이쁜 내 새끼
오늘은 미워 미워 미워
신은 왜 몇 분간의 사랑놀이로 새 생명을 버리듯
그렇게 간단히, 자식이니 키워내라고 주셨을까
만일 몇 일간의, 몇 달간의 뼈를 깎는 고행으로 너를 낳았다면
내가 어떻게 너를 만들었는데
앰한 부모 등살에 목숨 부지할 자식이 얼마나 될까
머리카락 한 올도 내가 심어 주지 않은 그들은
이미 나의 소유가 아니지
혼자 걷고 혼자 생각하는, 나와 철저히 동등한 피조물
내 안에서 나의 피를 두르고 나왔지만
이젠 결코 나의 피를 묻히고 내 안으로 들어올 수 없는
낯설어만 가는 타인인 것을
오늘은 고기를 어떻게 구워 드릴깝쇼?
well-done? medium? rare?
아, 오늘도 미워도 다시 한번
                                      
                                                          2008-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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