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337
어제:
288
전체:
5,021,988

이달의 작가
2008.05.10 12:12

휴대폰 사랑

조회 수 337 추천 수 1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휴대폰 사랑


                                                                                         이 월란




요즘같은 디지털 시대에는 너의 휴대폰이 되고 싶어
딸랑딸랑 너의 사진 하나 달아주고, 너의 손 안에 쏙 들어가는 작은 손전화 말야
너의 옆에서 나란히 잠들었다 꿈길처럼 솔베이지의 노래 한 소절 불러주면
눈뜬 아침 가장 먼저 너의 눈 속으로 반짝 들어가지
<5분만 더>라고 투정하는 너의 옆에서 잠든 너의 머리칼을 헤아리며
밤새 돋아난 수염을 헤아리며, 째깍째깍 정확히 300초를 헤아리며 기다려줄께
모닝커피를 다 마시지도 못하고 전쟁치르듯 뛰쳐나가는 너의 모습에
쿡쿡 웃음도 나겠지만 나를 냅다 집어들고 모터사이클같은 차에 올라
홀스파워 시험하듯 속력을 내면 난 지진을 만난 듯 머리가 팽그르 돌겠지만
내 가벼운 몸이 시트 위로 몇 번 뛰어 오르기도 하겠지만
눈을 흘기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난 행복할거야
너의 소맷자락으로 눈물에 얼룩진 내 뺨을 닦아주고
내 가슴 속에 뭐가 들어있나 넌 시도 때도 없이 체크해 주잖아
나 없인 잠시도 견딜 수 없어, 나 없인 어느 곳으로도 갈 수 없어
날 통하지 않곤 어느 누구와도 말 할 수 없어
날 통하지 않곤 어느 누구와도 약속할 수 없어
네가 가르쳐 준 올드팝송 한 소절만 불러주면
내 심장을 귀에 대고, 입에 대고, 오래 오래 속삭여 주는 너의 메신저
내가 늙어 여기저기 긁히고 망가져도 내 심장같은 메모리카드만은 너의
가슴 속에 새겨 둘거야
눈 내리는 밤에, 춥다고 종종대는 너의 회색코트 주머니 안에서
난 또 그 새를 참지 못하고 삐리삐리 무지개빛 문자를 치고 말 것이야
너의 가슴으로
ㄸ ㅏ ㄸ ㅡ ㅅ ㅎ ㅐ, ㅅ ㅏ ㄹ ㅏ ㅇ ㅎ ㅐ

                                                      
                                                                                  2008-02-25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휴대폰 사랑 이월란 2008.05.10 337
764 병상언어 이월란 2008.05.10 225
763 너를 쓴다 이월란 2008.05.10 268
762 미몽(迷夢) 이월란 2008.05.10 341
761 비상구 이월란 2008.05.10 257
760 식상해질 때도 된, 하지만 내겐 더욱 절실해지기만 하는 오늘도 이월란 2008.05.10 301
759 Daylight Saving Time (DST) 이월란 2008.05.10 249
758 사랑 6 이월란 2008.05.10 227
757 이별이 지나간다 이월란 2008.05.10 285
756 나, 바람 좀 피우고 올께 이월란 2008.05.10 307
755 등 굽은 여자 이월란 2008.05.10 360
754 겨울새 이월란 2008.05.10 276
753 말발 끝발 이월란 2008.05.10 281
752 원죄 이월란 2008.05.10 235
751 나는 모릅니다 이월란 2008.05.10 297
750 나를 지쳐 이월란 2008.05.10 228
749 만개(滿開) 이월란 2008.05.10 225
748 사랑하다 미쳐라 이월란 2008.05.10 332
747 저녁별 이월란 2008.05.10 253
746 여행 이월란 2008.05.10 204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