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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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08.05.10 13:20

걸어다니는 옷

조회 수 272 추천 수 1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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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다니는 옷


                                                                       이 월란




그녀의 옷장엔 색색가지의 운명이 걸려 있어
그녀는 매일 운명을 갈아 입지
아침마다 야외 무도회에 나가듯
새로운 가면을 망토처럼 온 몸에 두르고 나간다는데
그녀가 새로운 변장을 서둘러 총총 사라지고 나면
쇠털같은 세월로 짠 쥐색 카디건
트인 앞자락에 누군가의 눈동자같은 단추가 쪼르르 눈을 감고
낙엽의 천으로 지은 바바리 서늘한 가을바람 소릴 내지
건드리면 바스라지는 노목의 진 잎처럼
추억의 조각천으로 꿰매진 자리마다
몽친 실밥덩이 애가 말라 비죽이 나와 있고
꼭 끼는 옷일수록 그녀는 차라리 편했다는데
이 넓은 세상이 꼭 끼지 않던 순간이 언제 있었냐고
저 헐렁한 지평선도 내 몸에 꼭 끼는 옷의 솔기였을 뿐
그래서 봄타듯 여기저기 늘 근질근질하였다고
봉합선이 튿어진 자리마다 낯뜨거운 맨살의 기억
씨아질 하듯 목화솜처럼 흩날리면
벽장 속에서도 혼자 노을처럼 붉어져
말코지에 걸린 모자 속엔 말간 기억도 자꾸만 좀이 쓸고
날개가 퇴화되어버린 벽어 한 마리 질긴 씨실에 갇혀 있지
널짝같은 그 옷장엔 흰 옷이 자꾸만 늘어
수의가 흰색이었지, 아마


                                                            2008-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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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걸어다니는 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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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푸코의 말

  6. 물처럼 고인 시간

  7. 詩똥 2

  8. 바람을 낳은 여자

  9. 낙조(落照)

  10. 격자무늬 선반

  11. 부음(訃音) 미팅

  12. 비섬

  13. 홈리스 (homeless)

  14. 꽃, 살아있음

  15. 그리움

  16. 당신, 꽃이 피네

  17. 둥둥 북소리

  18. 핏줄

  19. 주머니 속의 죽음

  20. 비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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