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81
어제:
276
전체:
5,025,503

이달의 작가
2008.05.28 14:30

부음(訃音) 미팅

조회 수 293 추천 수 1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부음(訃音) 미팅



                                                                               이 월란



컨퍼런스 룸에서 갑작스런 미팅이 있었다
2분쯤 늦었는데, 벌써 안건은 발표되고 있었다
파워포인트 스크린에선 낯익은 얼굴 하나 웃고 있는데


(설마, 죽었나요?)
차는 굴렀고 그녀는 헬리콥터에
(이젠 그녀를 볼 수 없다는 말인가요? 그녀가 더 이상 출근을 하지 않을 것이란 것)
실려 가는 도중
(그녀는 알고 있었을까요? 지난 금요일의 근무가 생의 마지막 일터였단 것을)
사망했습니다. 15번 프리웨이에서 사고가
(그녀는 지난 금요일, 베이지색 바지와 검은 색 티셔츠에 금색 밸트를 했었는데)
났었고, 각 체널의 지방뉴스에서  
(그녀의 생애 마지막 주말이었군요. 어디로 가는 길이었을까요, 어디서 오는
길이었을까요)
상세히 보도가 되었습니다
(우리도 그렇게 가나요, 그녀는 이제 갇힌걸까요, 자유로워진 걸까요)
이렇게 한자리에서 전해드리는 것이
(유러피언식의 묘한 액센트, 인형처럼 분칠을 하고 다니던 그녀의 얼굴,
늘 알록달록 장신구가 귓불에도, 청바지 뒷주머니에서도 반짝이던,
이번엔 어떤 장신구를 반짝반짝 달고선 그 먼 길을 급해서 달려갔을까요)
좋을 것 같았습니다
(그녀가 앉아 있던 저 책상엔 앞으로 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나요)
2002년도에 입사했으며, 올 해 마흔 하나였습니다
(홀로 떠나는 끝이 없는 길을 얼마나 부서지고 구겨지며 간 건가요)
조의금 봉투가 마련 될 것입니다
(빗길에 미끄러지고 마는 목숨, 반짝이는 대리석 묘비 하나 Tina Strong
이라고 새겨지고 있겠네요, 그녀는 날개를 달았나요, 날개가 꺾였나요)
유족들에게 조의를 표해 주시기 바랍니다

                                                                           2008-05-28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25 당신의 봄 이월란 2009.07.29 388
724 대박 조짐 이월란 2011.12.14 443
723 대숲 이월란 2011.03.18 363
722 대출 이월란 2010.03.05 451
721 데자뷰 (dejavu) 이월란 2008.05.10 277
720 도시인 이월란 2010.05.18 362
719 독립기념일 이월란 2010.11.24 364
718 독종 이월란 2009.09.19 287
717 돌보석 이월란 2009.04.17 353
716 돌부리 이월란 2008.05.08 385
715 돌아서 가는 길은 이월란 2008.05.10 352
714 돌아온 탕자 이월란 2009.07.27 269
713 동문서답 이월란 2010.10.29 558
712 동물원을 베고 누운 고릴라 이월란 2015.09.20 187
711 동백 아가씨 이월란 2014.10.22 421
710 동백아가씨 이월란 2021.08.16 62
709 동시 7편 이월란 2008.05.09 443
708 동일인물 이월란 2008.05.10 247
707 동태엄마 이월란 2010.02.15 500
706 두부조림 이월란 2011.07.26 419
Board Pagination Prev 1 ...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