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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08.09.18 15:19

사내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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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아이들



                                                                                           이 월란





사각 교실 안에 사각 책상을 연필 깎이 칼로 죽죽 그어대던 사내아이들
“넘어 오기만 해, 죽을 줄 알어”
잔잔한 바다같은 수업 중에도 가끔씩 뒤돌아 볼 때마다
눈이 파도처럼 마주치던 아이
‘쟤는 내 뒤통수만 바라보고 있는걸까?’
하굣길에 떡볶기도 못 사먹고 헐레벌떡 뛰어와 대문을 열면
우루루 뒤쫓아와 “이,창,선, 이,창,선, 느거 아부지 이,창,선!!”
저 문패를 확 떼버릴까, 공개수배범도 아닌 아버지 이름이 왜 그리 섬뜩했을까
형사들처럼 미행을 즐기던 그 사내아이들
다음날 학교 가면 미행당한 죄로 수갑이라도 찰까
오마조마 내 아버지 이름 들켜버린 것이 못내 억울하고 창피해서
남의 아버지 이름 갖고 유세는 왜 했을꼬? 이제사 물으면
중년의 굼뜬 웃음이 아직도 해맑은 사내어른들 꾸득꾸득 웃기만 한다
이민 와 버린 속 깊은 추억으로도 해독이 되지 않는 어린 암호들
우리를 미행하는 기막힌 세월을 능숙하게 따돌리고도 풀리지 않아
열두살의 가을 단풍만 발갛게 익어가던 철들지 못한 미어들

                
                                                                                           2008-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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