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84
어제:
231
전체:
5,025,737

이달의 작가
2008.10.17 14:17

환승

조회 수 279 추천 수 1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환승


                                                                                이월란



암실 속에서 인화된 사람들이 평면 에스컬레이터 위에 실리고 있다.
혈관처럼 이어진 화살표를 따라 환영인파같은 무리가 끝도 없이 마주쳐
오지만 그들은 결코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표백된 얼룩같은 통점은
그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는다. 낙오자는 없다. 뱀길같은 미로는 마그넷
처럼 몽환의 눈빛들을 친절히 유인한다.


가끔 이탈자가 있나 싶어 두리번거려 보지만 평균속도를 넘어서버린
인파는 물똥 한점 흘리지 않는다. 꿈은 늘 꿈이어야만 하기에 유리칸
막이를 꼼꼼이 세워 두었다. 철통같은 방비는 어느 누구의 꿈도 통과
시키지 않을 것이며 지난밤 어둠에 절은 방종을 포식한 우리들은 늘
허기져 달려오는 육식동물과 유리칸 사이의 좁은 틈을 쉽게 포착할
수 없다.


은밀히 저장되어 있는 그들만의 환승티켓은 수수억년의 형질로 이어
받은 유전자의 비밀이며 그 세밀한 질주 앞에 소음이 된 것은 바로
우리들이다. 이탈을 꿈꾸던 레일은 정기적인 보수공사로 매일 더 빛이
나고 문명의 토굴엔 어둠조차 삭제당했다. 수공의 빛은 동공의 크기에
족쇄를 채웠고 최하단위의 지폐 한 장으로도 축지가 가능한 우리들은
향기롭게 향기롭게 은폐되고 있다.

  
부교감 신경의 오류로 출구의 번호를 뒤섞어버리고 횡설수설 심장이
뛰는 공황장애자는 일찌감치 축출 당했다. 첨단엔진으로 업그레이드 되
어 사람을 물어나르는 저 육식동물의 동체는 성전환 수술 직전의 사람
들을 가끔 삼키기도 한다는데, 부르튼 관절을 세운 미지인들은 환한 지
하세계에서 자꾸만 눈이 마른다. 전위예술의 퍼포먼스는 이제 막 막이
올랐다.

                                                                       2008-10-17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05 카인의 딸 이월란 2008.05.07 634
1004 수신자 불명 이월란 2011.01.30 627
1003 그대가 바람이어서 이월란 2010.07.19 618
1002 뮤즈에의 구애 이월란 2009.05.19 610
1001 이혼의 꿈 이월란 2010.02.21 604
1000 겨울 갈치 이월란 2009.08.29 601
999 비말감염 이월란 2010.08.22 597
998 고시생 커플룩 이월란 2010.05.21 594
997 버뮤다 삼각지대 이월란 2009.06.01 584
996 약한자여 그대 이름은 이월란 2008.05.07 579
995 타임래그 2 이월란 2010.10.29 579
994 쇠독 이월란 2012.05.19 579
993 착각이 살찌는 소리 이월란 2009.12.31 578
992 바람과 함께 살아지다 2 1 이월란 2014.10.22 578
991 야경(夜景) 이월란 2008.05.07 575
990 환절의 문 이월란 2010.10.29 575
989 세모의 꿈 이월란 2010.12.26 575
988 생인손 이월란 2008.05.10 573
987 고래와 창녀 이월란 2010.01.29 573
986 왕의 이불 이월란 2008.05.08 571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