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60
어제:
276
전체:
5,025,582

이달의 작가
2008.10.18 15:17

심문

조회 수 239 추천 수 1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심문



                                                     이월란




그제 아침
투명한 불꽃의 점화를 보았나
그리움의 제웅처럼 서 있는 거리의 실루엣마다
중범처럼 화려한 뇌옥을 쌓아
성하의 빛을 잠식하고
녹음의 영지를 허무는
스산한 유배지로의 변신을 보았나
가로수마다 슬로모션으로 상영되는 화형식을 목도했나
숨 쉬는 모든 것들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땅껍질 가득 아토피성 피부염같은 염병이 도지는 것을
갈꽃불의 스파크에 눈이 멀어, 가슴이 멀어
쓰레질만 가득한 산하의 넋두리를
나무의 실린더마다 차올라, 감내하고 있는 저 담찬 기운을
꽃처럼 변심하는 이파리들의 호화로운 반란과
해걸음 걷는 거리마다 마음 온통 짓밟혀, 목맺혀 가난해져
행려자로 떠도는 허우대 멀쩡한 사람들을 보았나
이별만을 되새김질하는 텅빈 마소의 눈빛들과
망각의 병동으로 몰리는 사랑의 치매환자들도 보았나
피딱지같은 고엽이 쌓이는 낭하의 담벼락 가득
선명한 여름과 겨울 사이의 지문들,
그리움의 안압이 파산 직전의 환율처럼 치솟고
체감온도가 우울히 하강하는 묵비의 도시를

탕탕탕!
가을, 유죄!
                                    
                                                 2008-10-18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45 아버지의 뒷모습 이월란 2009.07.29 338
644 아버지 이월란 2010.03.15 374
643 아모스 아모스 이월란 2008.07.19 214
642 아멘족 3 이월란 2010.01.11 329
641 아멘족 2 이월란 2010.01.07 388
640 아멘족 1 이월란 2010.01.07 473
639 아가페 미용실 이월란 2009.08.13 534
638 쓰레기차 이월란 2010.12.14 402
» 심문 이월란 2008.10.18 239
636 실종 2 이월란 2008.07.25 234
635 실비아, 살아있는 이월란 2010.01.04 344
634 실내화 이월란 2008.05.09 273
633 신비로운 공식 이월란 2008.11.06 217
632 식상해질 때도 된, 하지만 내겐 더욱 절실해지기만 하는 오늘도 이월란 2008.05.10 301
631 식물인간 이월란 2013.05.24 335
630 식기 세척기 이월란 2010.06.12 435
629 시한부 이월란 2009.09.04 338
628 시체놀이 이월란 2011.05.31 326
627 시차(時差) 이월란 2008.05.10 323
626 시집살이 이월란 2009.04.05 274
Board Pagination Prev 1 ...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