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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08.10.27 13:15

인사동 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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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아리랑


  
                                                                                                                                                         이월란



인사동 구중궁궐엔 새시대의 삼천궁녀가 화관 금삼에 접속을 시도하고 있다. 청바지의 환관들은 메스대 위에서 완치를 꿈꾸고 국경을 넘어온 사신의 아들들은 메리골목마다 양은 반병두리 가득 동동주를 들이마신다. 경복궁 연당에 노닐던 물고기는 주찬의 소신공양을 올리고 나비모양의 전통조각품들이 산란의 계절을 맞았다. 예술인들은 혼을 저당잡히고 퇴락한 호정에 도금한 간판을 내다걸었다. 동냥질이 당당한 거렁뱅이들은 마패를 숨긴 암행어사가 되었고 임금님의 수라상이 백민들의 별식으로 내려 앉았다. 궁중의 패물이 현대인의 노리개가 되어 벼룩시장 가득 엽전의 환전을 요구하는 곳. 환생한 멍석말이 노비가 온몸에 고무판을 칡넝쿨처럼 묶어 땅을 기어가고 있다. 한쪽 팔꿈치로 맨땅을 짚어 전신을 끌로가는 그는, 강화유리같은 문명의 빙판을 매끄럽게 걸어가는 사람들 사이로 꽁꽁 얼어붙은 미개한 목숨을 헤쳐가는 쇄빙선같다. 골동의 궁정 가득 환락에 젖은 도시의 관절이 시큰거리고 있다.

                                                                                                                                                                   2008-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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