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0
어제:
204
전체:
5,032,913

이달의 작가
2008.11.11 14:51

흔들리는 집 4

조회 수 285 추천 수 1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흔들리는 집 4



                                                                      이월란



-우리 막내딸 결혼식 비디오가 누구네 있나, 부치라고 해
-부쳤데요
-오늘 아침엔 기분이 별로 안 좋아, 의사를 봐야겠어
-같이 가입시더
-계란 프라이를 하나 먹고 갔으면 싶은데
-그라지예
-택시! (타자마자 버릇처럼 기본요금 600원을 동전지갑에서 꺼내시고,
차가 병원에 채 닿기도 전에 100원짜리 동전 6개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버지의 고개와 함께.)


초등학교 6학년, 걸스카웃 행사로 아버지들이 오시는 날
우리 아버진 안오시는데 시간은 혼자서도 잘도 갔지
우리 아버진 안오시는데 다른 아이들의 아버진 잘도 오셨지, 모두
아버진 시계가 없으실까
포크댄스는 시작 되었네, 쟤는 아버지가 없나봐
노란 하늘도 뱅글뱅글 포크댄스를 추는데
헐레벌떡 달려오신 담임선생님 앞에서 난 결코 울지 않을래
포크댄스는 끝나가고 눈을 떼지 못한 교문 앞에서
구부정한 허리로 택시에서 내리시던 아버지


아버지, 댄스는 끝났어요
제발 그 택시를 도로 타고 돌아가세요


지구 반대편
성탄절 장식에 불바다가 된 몰몬탬플에서 스페니쉬 동서와 사진을 찍고 있을 때
정말 그 택시를 도로 타시곤 멀리, 아주 멀리 가버리신 아버지
한번도 나와 포크댄스를 추시지 않으셨던 아버지
어릴 땐 그 분의 신문과 무릎 사이에 가두어진 나의 양볼을 따끔따끔 찔러대시던
그 턱수염만큼 수많은 까칠한 기억을, 내 몸에 난 땀구멍만큼 남겨두시고
달과 6펜스*처럼 동전 6개를 남기시고 달을 따러가신 나의 아버지

                                                                2008-11-11



* 달과 6펜스 : 서머셋 모옴(Maugham, William Somerset)의 소설 제목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05 나의 통곡은 이월란 2010.04.18 516
304 예감 이월란 2010.04.18 424
303 누드展 이월란 2010.04.18 476
302 내게 당신이 왔을 때 이월란 2010.04.18 434
301 금단(禁斷) 이월란 2010.04.18 416
300 피터 팬 증후군 이월란 2010.04.18 521
299 매핵기(梅核氣) 이월란 2010.04.23 382
298 그리움 5 이월란 2010.04.23 364
297 주중의 햇살 이월란 2010.04.23 330
296 잃어버린 詩 이월란 2010.04.23 347
295 상상임신 3 이월란 2010.04.23 465
294 피사의 사탑 이월란 2010.04.23 455
293 어린 결혼 이월란 2010.04.27 413
292 P.O.W. 이월란 2010.04.27 436
291 I-대란 이월란 2010.04.27 377
290 기적 이월란 2010.05.02 358
289 마음의 병 이월란 2010.05.18 409
288 도시인 이월란 2010.05.18 362
287 향수(鄕愁) 이월란 2010.05.18 639
286 낯선 곳에 가면 이월란 2010.05.18 475
Board Pagination Prev 1 ... 32 33 34 35 36 37 38 39 40 41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