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39
어제:
225
전체:
5,032,848

이달의 작가
2008.11.23 10:18

낙엽

조회 수 286 추천 수 1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낙엽



                                                     이월란



당신은 죽었네요
아니, 내가 죽였네요
지는 꽃잎 빙자하여 부음(浮淫)을 일삼던 날들
육신의 골짜기마다
봉분처럼 봉긋이 솟아올랐네요
서로의 무덤 속에서 뼈로 새긴 세월만큼
푸른 잔디가 이끼처럼 자라겠죠
진펄의 습지가 그리워
우린 빨래처럼 펄럭이며 말라가겠죠
나무들이 매일 떨어뜨리는 부음(訃音)
노목의 가을은 늘 성급합니다
우리들의 건조기를 견디지 못하고
말라버린 고등식물의 잎들
지상을 덮어버린 부고장들마다
사인란이 다 비어있네요
소인 없는 엽서가 매일 날아오네요
죽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이 없네요
깊은 가을엔
낙엽 구르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습니다
지난해의 잔설같은 기억 위로
내 온 몸에 문신처럼 내리네요

자, 지상으로 내려가야겠죠
눈물병같은 몸을 굴리며

                                             2008-11-22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25 저격수 이월란 2010.08.22 412
224 저녁별 이월란 2008.05.10 253
223 전. 당. 포. 이월란 2008.11.17 242
222 전당포 이월란 2011.10.24 487
221 전설의 고향 이월란 2010.12.14 444
220 전화 이월란 2009.12.31 313
219 절망에게 이월란 2010.03.22 396
218 절수節水 이월란 2010.07.09 380
217 젊은 영감 이월란 2012.04.10 243
216 접속 이월란 2021.08.16 69
215 접싯밥 이월란 2009.01.19 280
214 젖니 이월란 2011.09.09 248
213 제3국어 이월란 2012.05.19 270
212 제로니모 만세 이월란 2011.05.31 364
211 제로섬(zero-sum) 이야기 이월란 2008.05.10 386
210 제목이 뭔데 이월란 2010.08.22 433
209 제비집 이월란 2008.05.09 333
208 조연 이월란 2011.10.24 350
207 조회 이월란 2011.12.14 267
206 졸개 이월란 2010.06.28 375
Board Pagination Prev 1 ... 36 37 38 39 40 41 42 43 44 45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