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88
어제:
225
전체:
5,032,797

이달의 작가
2009.01.16 10:34

오줌 싸던 날

조회 수 462 추천 수 2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오줌 싸던 날


                                                                                                           이월란



빈 속에 짠지랑 밥을 그득히 먹었겠다. 잘 때까지 계속 목이 말라 물 몇 사발을 들이켰겠다. 단디 오줌을 누고 잤는데도 밤새도록 오줌이 마려워 다리를 꼬고 발을 동동 굴렀다. 화장실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이 골목, 저 골목을 헤매다 겨우 찾은 통싯간. 가랑이를 벌리고 앉았는데 얼마나 오래 똥을 퍼지 않은 변소인지 엉덩이 바로 밑에까지 똥이 차올랐다. 또 다시 괄약근에 힘을 주고 참아야 한다고. 차오른 똥이 내 몸에 척척 발릴 것만 같은 질겁에 어금니를 꽈악 깨물고 참다 참다 요실금 환자처럼 비질비질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기어코 퍼질러 앉듯 힘을 빼버리고 봇물 터지듯 흥건해지는 오줌이 시원하기도 했는데. 오줌버캐인지 똥물인지 온통 세상이 건하게 다 풀어지고 있었는데. 그러면서도 내내 불안했는데. 왜 엉덩이가 떠떳미지근해오는건지. 허벅지까지 질척질척해오는건지. 다 쌌으면 벌떡 일어나 나가야 하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죽을 힘을 쓰다가...... 쓰다가...... 눈이 번쩍 떠졌는데.


가시나! 다 큰기 오줌을 싸다이. 아이고 얄궂데이. 동네방네 소문낼끼다. 앞집 할매한테 가서 소금 한 바가지 얻어 온나 이따가. 잠지 매매 씻고. 이 엄동설한에 저 솜이불을 우짜란 말이고.


언니의 오줌꿈을 산 문희는 왕비가 되었다던데...... 이왕 쌀거 더 오래 쌌어야 하는건데......


                                                                                                                                             2009-01-16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45 섬그늘 이월란 2010.09.26 566
444 섬에 갇히다 이월란 2011.07.26 318
443 성대묘사 이월란 2009.05.30 291
442 성탄절 아침 이월란 2008.05.10 288
441 세대차 이월란 2009.11.21 321
440 세모의 꿈 이월란 2010.12.26 575
439 세밑 우체국 이월란 2009.12.22 365
438 세상을 끌고 가는 차 이월란 2008.10.16 277
437 세월 3 이월란 2013.05.24 290
436 세월도 때론 이월란 2008.05.10 295
435 소낙비 이월란 2008.05.09 359
434 소요산의 가을 이월란 2008.12.19 306
433 소통왕국 이월란 2010.02.15 377
432 소포 이월란 2008.12.26 269
431 속 빈 여자 이월란 2008.05.10 281
430 이월란 2010.04.05 449
429 손끝 이월란 2008.05.10 260
428 손끝에 달리는 詩 이월란 2009.10.29 374
427 손님 이월란 2008.12.19 278
426 손목에서 맥박처럼 뛰고 있는데 이월란 2008.05.10 362
Board Pagination Prev 1 ...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