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4
어제:
306
전체:
5,022,937

이달의 작가
2009.01.31 06:09

악어와 악어새

조회 수 366 추천 수 1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악어와 악어새


                                                                이월란




한 번씩 런치백에 넣어주는 사과 세 쪽
그는 늘 우리집에서 가장 작은 지퍼락 백을 쓴다
가로 세로, 사과 세 쪽을 맞붙여 쑤셔박아야만 딱 맞는 작은 백
한 쪽씩 터질 듯, 절단면끼리 꼭 끼듯 쑤셔넣곤 지퍼를 닫는다
비닐처럼 질긴 그의 고집 속에 나의 사지를 가지런히 붙이듯
팽팽한 집착이 터질 듯 잠겨 있다
-넌 내꺼야!
-날 얼마 주고 샀니? 그 돈 갚으려면 넌 널 팔아야 돼
신비로운 마법의 고리
정오의 포만감이 달짝지근한 과육에 입맛을 다시면
배불러 손내미는 이드의 사지를 비틀며 한 쪽씩 꺼낸다
절단된 상흔을 맞대고 밀폐 중인 세월  
그의 독선을 한 입 한 입 베어문다
열매살 속에 한 번씩 씹히는 지알 굳은 씨앗 부스러기
책임이 면제된 자유의 속박으로 길들여진 송곳니가
숙성 중인 세상 냉장고에서 꺼낸 후식으로
딱딱 부딪히며 한 번씩 시리다
달곰한 과즙이 독설처럼 퍼지는 서로의 입 속에서
한번의 사냥으로 평생의 배를 채우고
매일 동면하는 변온동물
악어와 악어새, 공생 중이다


                                                            2009-01-27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65 세상을 끌고 가는 차 이월란 2008.10.16 277
664 환승 이월란 2008.10.17 279
663 심문 이월란 2008.10.18 239
662 밤꽃 파는 소녀 이월란 2008.10.20 489
661 바람의 혀 이월란 2008.10.21 298
660 흐림의 실체 이월란 2008.10.24 263
659 이월란 2008.10.24 281
658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이월란 2008.10.25 366
657 어둠숨쉬기 이월란 2008.10.26 225
656 인사동 아리랑 이월란 2008.10.27 419
655 피사체 이월란 2008.10.28 271
654 부화(孵化) 이월란 2008.10.29 237
653 단행본 이월란 2008.10.31 208
652 낙엽을 읽다 이월란 2008.11.01 244
651 여기는 D.M.Z. 이월란 2008.11.02 274
650 감원 바이러스 이월란 2008.11.04 243
649 신비로운 공식 이월란 2008.11.06 217
648 나는 나의 詩가 혐오스럽다 이월란 2008.11.06 282
647 흔들리는 집 4 이월란 2008.11.11 285
646 흔들리는 집 5 이월란 2008.11.12 273
Board Pagination Prev 1 ...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