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05
어제:
276
전체:
5,025,627

이달의 작가
2009.01.31 06:09

악어와 악어새

조회 수 366 추천 수 1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악어와 악어새


                                                                이월란




한 번씩 런치백에 넣어주는 사과 세 쪽
그는 늘 우리집에서 가장 작은 지퍼락 백을 쓴다
가로 세로, 사과 세 쪽을 맞붙여 쑤셔박아야만 딱 맞는 작은 백
한 쪽씩 터질 듯, 절단면끼리 꼭 끼듯 쑤셔넣곤 지퍼를 닫는다
비닐처럼 질긴 그의 고집 속에 나의 사지를 가지런히 붙이듯
팽팽한 집착이 터질 듯 잠겨 있다
-넌 내꺼야!
-날 얼마 주고 샀니? 그 돈 갚으려면 넌 널 팔아야 돼
신비로운 마법의 고리
정오의 포만감이 달짝지근한 과육에 입맛을 다시면
배불러 손내미는 이드의 사지를 비틀며 한 쪽씩 꺼낸다
절단된 상흔을 맞대고 밀폐 중인 세월  
그의 독선을 한 입 한 입 베어문다
열매살 속에 한 번씩 씹히는 지알 굳은 씨앗 부스러기
책임이 면제된 자유의 속박으로 길들여진 송곳니가
숙성 중인 세상 냉장고에서 꺼낸 후식으로
딱딱 부딪히며 한 번씩 시리다
달곰한 과즙이 독설처럼 퍼지는 서로의 입 속에서
한번의 사냥으로 평생의 배를 채우고
매일 동면하는 변온동물
악어와 악어새, 공생 중이다


                                                            2009-01-27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65 Ms. Jerilyn T. Solorzano 이월란 2010.01.29 441
664 그리운 자리 이월란 2010.01.29 388
663 영혼, 저 너머 이월란 2010.01.29 412
662 버러지 이월란 2010.01.29 396
661 안개와 바이러스 이월란 2010.01.23 486
660 입양천국 이월란 2010.01.23 377
659 비밀일기 이월란 2010.01.23 376
658 밤마다 쓰러지기 이월란 2010.01.23 364
657 사인 랭귀지 이월란 2010.01.19 455
656 체모 한 가닥 이월란 2010.01.19 396
655 미래로 가는 키보드 이월란 2010.01.19 472
654 안락사 이월란 2010.01.19 348
653 그 땐 이월란 2010.01.19 336
652 통싯간 이월란 2010.01.13 440
651 사실과 희망사항 이월란 2010.01.13 346
650 새 3 이월란 2010.01.11 339
649 아멘족 3 이월란 2010.01.11 329
648 머리로 생리하는 여자 이월란 2010.01.07 545
647 깡패시인 이월란 2010.01.07 460
646 발칸의 장미 이월란 2010.01.07 518
Board Pagination Prev 1 ...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