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51
어제:
276
전체:
5,025,573

이달의 작가
2009.02.08 14:15

체중계

조회 수 375 추천 수 2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체중계


                                                              이월란



내게 아픔이 온 것은
새처럼 아픔이 온 것은 가벼워지기 위해서였으리
정확한 측량을 위해서라면
누더기같은 가식과, 신발창처럼 덧댄 보호막도
허물벗듯 훨훨 벗어버려야 하는 법
지금도 자라고 있는, 열망에 날리고 있는 머리칼 정도야
새털처럼 가벼워 외면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고
구근 들어낸 꽃처럼 기다림마저 삭제된 백지 위에서라도
빈집의 무게를 견뎌낼 수 있다면
한 줌 어둠의 무게를 달아낼 수 있다면 싶어
비만해지는 상승욕구와 여윈 천성은 늘 상존하는 법
한번의 착지로 생의 수치를 가늠해버리는 습성으론
피하에 체지방처럼 쟁여 놓은 삶의 깊이마저 어차피 눈 밖의 일
오늘도 눈으로 흘린 물만큼 입으로 마셨고
하늘에서 내린 비만큼 안개같은 사람들도 증발했다는데
최소한의 연명선까지 미리미리 뼈와 살을 추려내고 싶다
슬픔의 무게가 좀 감해졌을까
세월의 무게가 좀 더해졌을까
맨발을 올려 본다
아날로그 계기판에 새겨진 기억의 진자운동
알몸으로 숫자를 벗겨내고 있다

                                                          2009-02-08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45 바람의 교주 이월란 2009.10.24 275
444 눈물 축제 이월란 2009.10.24 292
443 인생에는 포즈가 없다 이월란 2009.10.24 334
442 수목장 이월란 2009.10.24 363
441 손끝에 달리는 詩 이월란 2009.10.29 374
440 이브의 사과 이월란 2009.10.29 477
439 피카소 시집 이월란 2009.10.29 512
438 마르티넬라의 종 이월란 2009.10.29 383
437 첫눈 3 이월란 2009.11.03 306
436 악질 시화 이월란 2009.11.03 331
435 백지 사막 이월란 2009.11.03 378
434 이별의 입 이월란 2009.11.03 407
433 굿 이월란 2009.11.11 319
432 오늘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은 이월란 2009.11.11 360
431 진화 이월란 2009.11.11 295
430 바람의 그림자 이월란 2009.11.11 430
429 미역국 이월란 2009.11.11 452
428 리크 leak 이월란 2009.11.16 332
427 사랑의 기원起源 이월란 2009.11.16 429
426 가을 죽이기 이월란 2009.11.16 315
Board Pagination Prev 1 ...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