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02
어제:
204
전체:
5,033,115

이달의 작가
2009.04.05 11:01

허물벗기

조회 수 294 추천 수 2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허물벗기



이월란(09/03/30)
  



빈병에 라벨을 붙이듯 입은 옷을 벗을 때마다 체온 한 줌씩 묻어 나온다. 몸을 흔들어 수은을 내려도 중독된 좌우의 체온은 완강하다. 옷을 벗을 때마다 핏줄 한 가닥씩 풀려 나온다. 속임수를 모르는 혈통이 후덕한 군주로 군림할 때마다 생의 고음에서 찢어지던 목청, 그렇게 시간을 다 벗고 나면 이 땅의 누명이 벗겨질까. 촌티나는 목숨을 벗고 나면, 미숙한 핏덩이 재가 되고 나면 나비 등에 엎혀 저 먼산에 눈처럼 누울까. 백성같은 목숨을 탕진한 벼슬아치의 관복을 벗고 나면 대지의 혐의를 그제야 벗고, 살아도 살아도 신참인 가면이 마침내 지워질까. 웃통 벗듯 화상 입은 잔등을 씻어내고 작은새 발자국을 허공에 찍으며 시간의 벽을 넘을까. 낙서같은 가명이 지워진 백지 한 장의 차이로, 구태의 허물을 벗고 그제서야 가벼운 발을 사푼히 내릴까.




?

  1. 염색

  2. 붉어져가는 기억들

  3. 해바라기밭

  4. I LOVE YOU

  5. 달거리

  6. 허물벗기

  7. 우렁각시

  8. 길치

  9. 볼링장

  10. 어떤 하루

  11. 미라 (mirra)

  12. 당신꺼 맞지?--------------conte 시

  13. 부음(訃音) 미팅

  14. 詩 6

  15. 이혼병(離魂病)

  16. 남편

  17. 엉기지 말라 그랬지

  18. 눈물 축제

  19. 만남

  20. 이인(二人)

Board Pagination Prev 1 ... 30 31 32 33 34 35 36 37 38 39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