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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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09.04.17 11:33

그녀의 펌프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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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펌프질



이월란(09/04/14)
  



장애인용, 널찍한 첫 번째 화장실에서
쌔액쌔액 아기숨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것은
세 번째 아이를 낳고 법적 출산휴가인 6주 후,
그녀가 돌아오고나서부터였다
그녀는 첫 번째 아이 때도, 두 번째 아이 때도
정확히 6개월씩 펌프질을 했었다
애시당초 신의 계획은 이게 아니었을 것이다
열 달 키워 세상 밖으로 내보낸 후에도
여섯 달 내내 젖줄을 어미 뱃속에 남겨둔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식을 품으라는
신의 암묵적 계시였을 터
스마트한 현생인류는 눈을 찡긋해 보이며
젖마르는 약을 삼키고 직장을 고수했었다
왜 목구멍을 포도청으로 만드셨나요?
어미 젖줄이 먼저 있어야 아기도 빨게 있지요
우린 탯줄이 잘리면서부터 격리를 배웠다구요
기막힌 술수는 끝이 없네요
젖마르는 약 대신 이젠 펌프질이에요
끔찍한 불경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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