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70
어제:
225
전체:
5,032,779

이달의 작가
2009.08.01 08:15

망할년

조회 수 455 추천 수 2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망할년



이월란(09/08/01)



그녀는 그 집안의 전성기를 고스란히 누렸다. 누렇게 뜬 조막만한 흑백사진들은 모두가 그녀의 인형같은 발레사진, 그녀는 중학교 입학시험 후 집에 오자마자 아버지와 다정하게 시험문제를 풀어보았단다.


그녀의 바로 밑에 동생은 그 집안의 몰락기를 고스란히 누렸다. 언니의 당당함과 자신감 아래 엎드려 벙어리처럼 말이 없던 그녀는 어린 동생들을 데리고 목욕탕에 가야 했으며 주말빨래나 궂은 일들을 도맡아 했다. 여고 졸업 후 아버지 사무실에서 얌전히 일을 배우던 그녀는 어느 날 외박을 했나보다. 아버진 그녀를 화냥년이라 했고 엄만 그녀를 망할년이라 했다. 그래도 그녀가 어떤 화냥질을 했는지 어떤 망할짓을 했는지, 또는 왜 했는지는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발레리나는 학벌만 번지르르한 남자에게 시집을 가고 화냥년은 화냥질인지 연애질인지를 한 남자에게로 시집을 가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의 용돈을 챙겨준 건 그 화냥년이었다. 엄마가 몸져 누웠을 때 엄마를 데리고 간건 그 망할년이었다.


엄마도 돌아가시고 딸년들이 한자리에 모이면, 남의 축복을 팔러다니는 전도사가 되어 하나님만을 머리 위에 모시고 사는 안하무인 발레리나는 -우리 아버진 난 남자였고 우리 엄만 너무 무식한 여자였어- 모르고 가신 부모가 안타까워 혓날이 서는데 그 망할년은 담배만 뻐끔뻐끔 말이 없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45 밤비행기 2 이월란 2009.08.29 425
544 벌레와 그녀 이월란 2009.08.29 365
543 이민 간 팔용이 이월란 2009.08.29 373
542 여행의 방식 이월란 2009.08.25 322
541 내 그리움에선 단내가 난다 이월란 2009.08.25 448
540 철새 이월란 2009.08.25 334
539 광복64주년기념 낭송축시 이월란 2009.08.25 311
538 아가페 미용실 이월란 2009.08.13 534
537 에어 프랑스 AF #447 이월란 2009.08.13 451
536 각주 좀 달지마라 이월란 2009.08.13 409
535 시를 먹고 사는 짐승 이월란 2009.08.13 331
534 시가 내게 오셨다 이월란 2009.08.13 441
533 처녀城 이월란 2009.08.06 406
532 마로니에 화방 이월란 2009.08.06 445
531 하지(夏至) 이월란 2009.08.06 280
530 폭풍 모라꼿 이월란 2009.08.06 274
529 디스토마 이월란 2009.08.06 312
» 망할년 이월란 2009.08.01 455
527 빛꽃 이월란 2009.08.01 274
526 시작노트 이월란 2009.08.01 413
Board Pagination Prev 1 ...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