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40
어제:
176
전체:
5,020,841

이달의 작가
2009.08.01 08:15

망할년

조회 수 455 추천 수 2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망할년



이월란(09/08/01)



그녀는 그 집안의 전성기를 고스란히 누렸다. 누렇게 뜬 조막만한 흑백사진들은 모두가 그녀의 인형같은 발레사진, 그녀는 중학교 입학시험 후 집에 오자마자 아버지와 다정하게 시험문제를 풀어보았단다.


그녀의 바로 밑에 동생은 그 집안의 몰락기를 고스란히 누렸다. 언니의 당당함과 자신감 아래 엎드려 벙어리처럼 말이 없던 그녀는 어린 동생들을 데리고 목욕탕에 가야 했으며 주말빨래나 궂은 일들을 도맡아 했다. 여고 졸업 후 아버지 사무실에서 얌전히 일을 배우던 그녀는 어느 날 외박을 했나보다. 아버진 그녀를 화냥년이라 했고 엄만 그녀를 망할년이라 했다. 그래도 그녀가 어떤 화냥질을 했는지 어떤 망할짓을 했는지, 또는 왜 했는지는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발레리나는 학벌만 번지르르한 남자에게 시집을 가고 화냥년은 화냥질인지 연애질인지를 한 남자에게로 시집을 가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의 용돈을 챙겨준 건 그 화냥년이었다. 엄마가 몸져 누웠을 때 엄마를 데리고 간건 그 망할년이었다.


엄마도 돌아가시고 딸년들이 한자리에 모이면, 남의 축복을 팔러다니는 전도사가 되어 하나님만을 머리 위에 모시고 사는 안하무인 발레리나는 -우리 아버진 난 남자였고 우리 엄만 너무 무식한 여자였어- 모르고 가신 부모가 안타까워 혓날이 서는데 그 망할년은 담배만 뻐끔뻐끔 말이 없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05 무대 위에서 이월란 2011.07.26 269
904 레테의 강 이월란 2011.07.26 508
903 섬에 갇히다 이월란 2011.07.26 318
902 천국에서 온 메일 이월란 2011.07.26 325
901 꽃신 이월란 2011.07.26 283
900 두부조림 이월란 2011.07.26 419
899 포츈쿠키 이월란 2011.07.26 249
898 나이 이월란 2011.07.26 245
897 기회는 찬스다 이월란 2011.07.26 259
896 날개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 이월란 2011.05.31 470
895 요코하마 이월란 2011.05.31 740
894 그대가 머문 자리 이월란 2011.05.31 915
893 제로니모 만세 이월란 2011.05.31 364
892 단지, 어제로부터 이월란 2011.05.31 340
891 즐거운 설거지 이월란 2011.05.31 367
890 이중국적 이월란 2011.05.31 336
889 터널 이월란 2011.05.31 262
888 시체놀이 이월란 2011.05.31 326
887 그녀의 리뷰 이월란 2011.05.10 338
886 집 밖의 집 이월란 2011.05.10 381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