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68
어제:
276
전체:
5,025,490

이달의 작가
2009.09.12 02:04

화석사냥

조회 수 337 추천 수 1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화석사냥



이월란(09/09/11)



유전자의 바다가 출렁이네요 진화의 물비늘을 입고 뭍으로 간 폐어 한 마리, 숨가삐 합장해버린 흔적 한 뼘은 사라지지 못한 기억의 처소였어요 접안렌즈 아래 확대된 눈물의 바다는 흉근 아래 냉동보관 중인 아린 정보였어요 실트암에 잠든 철들지 못한 유충의 배아였어요 밀도 높은 빙하의 향도 가득히 수정된 자리에 떨어지는 꽃자리 닮은 화석은 그리움의 촉수로 건져낸 툰드라의 땅이죠 기억을 도려낸 가슴 절개면을 따라 어둠이 실종되어버린 북극의 여름은 집도 절도 없어 멀지도 가깝지도 않고요 산맥은 솟았다 꺼지고 몽유의 꿈을 쫓듯 밤마다 돌아다니는 대륙을 딛고 살았어요 수직의 빙벽 가득 내가 살아 있었다는 가설이 당신의 눈 속에 설정되어 있었네요 포개어 잠든 마트로시카 인형처럼 난생도 태생도 아닌 꿈의 태반에서 이식된 사랑, 그 정체모를 분자의 농도와 눈물의 염기서열과 과거로 이어진 길을 찾아 베틀의 북처럼 날 사이를 오갔죠 물과 피가 교접하며 숨쉬는 바다와 뭍의 산소를 아가미로 걸러내야 했고요 마른 기억 사이로 내리는 젖은 발이 자라는 원시어 한 마리, 거울상으로 자라는 육손의 허우적거림으로 보난자를 꿈꾸는 손가락 사이 사이 물갈퀴가 자라네요 매몰되어버린 당신의 바다로 가는 길인데요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65 당신은 지금 이월란 2009.10.05 256
564 사각지대 이월란 2009.10.05 223
563 사랑이라 부르면 이월란 2009.10.01 270
562 死語 이월란 2009.10.01 290
561 죽어가는 전화 이월란 2009.10.01 307
560 마른 꽃 이월란 2009.09.29 371
559 사랑 9 이월란 2009.09.29 289
558 약속 이월란 2009.09.23 282
557 가을 혁명 이월란 2009.09.23 340
556 로봇의 눈동자 이월란 2009.09.19 478
555 지구병원 이월란 2009.09.19 313
554 독종 이월란 2009.09.19 287
» 화석사냥 이월란 2009.09.12 337
552 영혼 받아쓰기 이월란 2009.09.12 406
551 냉정과 열정 사이 이월란 2009.09.12 472
550 시한부 이월란 2009.09.04 338
549 미련 이월란 2009.09.04 331
548 늪이어도 이월란 2009.09.04 368
547 겨울 갈치 이월란 2009.08.29 601
546 금치산녀 이월란 2009.08.29 503
Board Pagination Prev 1 ...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