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0
어제:
338
전체:
5,021,989

이달의 작가
2009.10.14 12:42

피카소 안경

조회 수 497 추천 수 2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피카소 안경



이월란(09/10/14)



1

ㄱ자의 조선집은 델타지대를 빠져나가기엔 너무 커서 앞채는 팔고 옆채는 세를 주고 앞채에 세든 언니의 동전유리병에서 노란 똥색의 동전을 훔쳐 귀때기 섞인 순대를 사먹고 시골보다 더 시골스러운 시골에서 유학 온 교복이 헐렁한 어린 남학생에게 애처로운 연민의 이불을 덮어주던 날 고상 떨며 목을 매단 목련빛 꽃들은 거리를 쓸고 다닌 미친년 치맛자락처럼 철퍼덕 본색으로 주저앉고


2

스쿨버스를 몰던 곰보아저씨의 마누라는 나같은 난장이였어요 그들이 숭배하는 신도 물론 난장이였죠 사팔뜨긴 아니었던게 틀림없어요 관념의 피는 에일리언처럼 초록색이에요 당신을 수혈할 수도 없죠 꿈의 파장만큼 펄럭이는 저 커튼 뒤에서 뱀파이어처럼 사이좋게 나눠 마실 순 있대요 기호로 변신하는 속기를 배웠어도 내가 머리를 감는 따끈한 물은 늘 모자랐잖아요


3

내가 만든 마파 두부가 붉은 것은 당신이 저혈당에 빈혈을 앓고 있는 슈가대디이기 때문이죠 체포 당한 후 여지껏 수감 중인 모범수의 훈장은 가슴에 얹는 가시관이에요 소금인형들이 빠져 죽은 푸른 바다 위 뿌옇게 파도치는 각시의 넋의 살을 찢고 나오는 것들은 왜 모두 초경빛인가요 이젠 씨받이로 팔려갈 수 있다는 내 딸보다 더 어린 구시대의 엄마들 우월한 유전자를 닮은 목자의 눈은 죽음보다 깊은 침묵으로 천국의 문을 닮은 예쁜 화냥년의 밑구멍에서 적신 붉은 물감으로 충혈되던 공포스런 동화였어요 소포로는 동봉할 수 없는 염장으로 내 가슴에 확, 불을 질러요 주무시기 전에 사인하세요 신이 내린 당신의 목록 위에


4

아웃백에서 스테이크를 자르는 홈커밍댄스의 보라색 아이들은 곧잘 어른 흉내를 내고 있네요 보라빛 손목에서 피어나고 있는 코르사주 꽃바늘에 손목을 찔리려고 비상구를 찾았지요 당신을 따라 갈 것을 당신을 따라 갈 것을 나의 전생이 영사기처럼 밤새 툴툴툴 돌아가는데 나는 헐레벌떡 감겨 도둑맞은 필름처럼 지지지직 긁히는 중이에요 레이저 녹화 중 ON AIR 붉은 등 깜빡 STAY AWAY FROM ME, PLEASE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5 폭설 이월란 2008.10.09 249
84 폭풍 모라꼿 이월란 2009.08.06 274
83 폭풍의 언덕 이월란 2008.05.10 385
82 푸드 포이즌 이월란 2009.12.20 445
81 푸른 물고기 이월란 2010.09.26 482
80 푸른 우체국 이월란 2008.07.21 260
79 푸른언어 이월란 2008.05.10 249
78 푸코의 말 이월란 2008.05.14 318
77 풍경이 건져 올리는 기억의 그물 이월란 2008.05.10 340
76 풍금(風禽) 이월란 2008.12.26 258
75 플라톤의 옷장 이월란 2012.01.17 361
74 피사의 사탑 이월란 2010.04.23 455
73 피사체 이월란 2008.10.28 271
72 피카소 시집 이월란 2009.10.29 512
» 피카소 안경 이월란 2009.10.14 497
70 피터 팬 증후군 이월란 2010.04.18 520
69 픽션과 논픽션 이월란 2010.05.21 499
68 핏줄 이월란 2008.06.10 242
67 핏줄 2 이월란 2011.04.09 364
66 하늘 주유소 이월란 2011.12.14 464
Board Pagination Prev 1 ... 43 44 45 46 47 48 49 50 51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