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4
어제:
231
전체:
5,025,667

이달의 작가
2009.11.03 12:03

백지 사막

조회 수 378 추천 수 2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백지사막



이월란(09/11/01)



모래밭 위에 뜨는 하늘도 바다색이었다 낮에도 별이 뜨는 하늘로 열린 땅이란다 발기된 선인장 가시들이 가슴을 찌르는 누런 모랫길로 사바의 어둠이 신기루처럼 떠다녔다 단봉낙타의 등에 붙은 가슴을 갈라 목을 적실 때마다 차도르를 쓴 예쁜 화냥년의 젖은 사타구니를 만져보아야 했다 가슴 밑에 숨겨둔 꽃값 마저 헤아려 스러질 행간 한 뼘에 유곽 하나 짓고 잠들어야 했다 카라반의 황사 바람을 기다리는 나는 사막에 사는 눈 먼 포주였다 광활한 쓸쓸함의 지분을 사들이며 정착과 박해로 젖고 마르는 땅이었다 무색의 토착민을 침공한 검은 활자들의 난해한 길 위에서 기우제를 지내듯 가슴 깊이 엎드려 우는 사막이었다 잔모래를 한움큼씩 삼키고서야 호흡이 트이는 죽음의 바다에서 타클라마칸의 파도처럼 달려오는 땅이었다 내 것이 아닌 내가 나를 빌어 살고 있는 땅이었다 되돌아 나올 수 없는 하얀 땅, 백지는 사막이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85 발칸의 장미 이월란 2010.01.07 518
584 밤꽃 파는 소녀 이월란 2008.10.20 489
583 밤눈 이월란 2008.12.04 289
582 밤마다 쓰러지기 이월란 2010.01.23 364
581 밤비 이월란 2010.05.30 400
580 밤비행기 2 이월란 2009.08.29 425
579 밤섬 이월란 2011.03.18 377
578 밤의 정가(情歌) 이월란 2008.05.10 244
577 이월란 2008.05.10 236
576 방황 이월란 2008.05.08 326
575 배란기 이월란 2008.05.10 349
574 배아 이월란 2010.07.19 433
573 백념(百念) 이월란 2008.09.03 299
572 백일장 심사평 이월란 2008.05.10 286
» 백지 사막 이월란 2009.11.03 378
570 버러지 이월란 2010.01.29 396
569 버리지 못하는 병 이월란 2008.05.09 865
568 버뮤다 삼각지대 이월란 2009.06.01 584
567 벌레와 그녀 이월란 2009.08.29 365
566 범죄심리 이월란 2010.08.08 374
Board Pagination Prev 1 ...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