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81
어제:
276
전체:
5,025,503

이달의 작가
2010.01.04 13:54

흰긴수염고래

조회 수 545 추천 수 2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흰긴수염고래



이월란(09/12/31)
  


(지상에서 가장 거대한 동물, 흰긴수염고래)


코끼리만한 혀로 나를 핥으며 집채같은 이빨로 나의 영토를 헤집던 꿈속의 세월 앞에서 나는 휑하니 비어버린 살점들을 채우느라 토실토실한 문장들을 살 속에 구겨넣으며 살았다고, 레드 데이터북의 멸종위기 리스트에 오른 150톤의 시간은 연약한 약탈자들과의 혈전에서 심심찮게 투항했다 수천억마리의 크릴 같은 육신을 삼키며 잠수를 했다 솟아오르는데 쥐라기의 지층에 묻힌 디노사우르의 화석보다 큰 세월의 척추가 휘는 소리, 신선한 공기를 위해 수면 위로 뛰어오를 때마다 남극의 빙산 아래로 수몰하는 나는 살아 헤엄치는 거대한 산을 오르는 나의 발은 공룡의 발자국처럼 느려지고 싶다


성큼, 건너뛰어버린 달력의 숫자들이 파먹혀버린 새우껍질처럼 와르르 쏟아져 내리고 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45 모순 이월란 2008.05.09 308
644 몸 푸는 사막 이월란 2008.08.25 303
643 몸길 이월란 2010.10.29 472
642 이월란 2008.05.09 228
641 묘지의 시간 이월란 2010.09.06 477
640 무거운 숟가락 이월란 2008.11.23 320
639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이월란 2014.10.22 172
638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이월란 2008.10.25 366
637 무대 위에서 이월란 2011.07.26 269
636 무례한 사람 이월란 2008.05.08 385
635 무서운 여자 이월란 2008.05.10 305
634 무서운 침묵 이월란 2009.04.07 278
633 무제(無題) 이월란 2008.05.10 317
632 무제사건 이월란 2009.12.20 349
631 이월란 2009.12.09 351
630 물 긷는 사람 이월란 2008.05.08 544
629 물 위에 뜬 잠 2 이월란 2008.05.10 338
628 물받이 이월란 2010.04.05 534
627 물병과 병물 이월란 2021.08.16 132
626 물속에서 이월란 2012.08.17 451
Board Pagination Prev 1 ...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