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91
어제:
276
전체:
5,025,613

이달의 작가
2010.01.19 10:41

체모 한 가닥

조회 수 396 추천 수 3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체모 한 가닥



이월란(10/01/17)



변기 위에 떨어져 있는 체모 한 가닥
유일하게 길이가 비슷한, 짧아서 더 은밀했던 밀어처럼
내건지 당신건지 알 수가 없다
지구 반대편에서 온 우리는
미아들의 우주정거장에서 만나 구토를 일으키기도
현기증에 서로를 빙빙 돌리기도 했었는데
시간이 빠져나가는 집안의 배수구마다
맞붙은 코리올리의 힘으로
시계 반대 방향으로 기어오르기도
시계 방향으로 휩쓸려 내려가기도 한 소용돌이가
어찌 그리 어지럽기만 했던지
어찌 그리 서럽기만 했던지
내 것인 듯, 당신 것인 듯
서로를 부비며 삶의 추위를 녹이던 권태마저도
상관없이 아까운 듯
우리 여기선 한 번도 안했다, 그치
영역 표시를 하는 동물의 본능처럼
집안 구석구석 체모 한 가닥씩 떨어뜨려두고 싶어했던
이젠, 늙어가는 육신의 바람
변기 속으로 나폴나폴 떨어져 쓸려 내려가는
서로의 목을 축이느라 시든 꽃대를 닮아버린
당신과 나의, 접붙인 세월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65 만남 이월란 2008.05.09 291
664 만삭 이월란 2009.02.04 311
663 말반죽 이월란 2010.02.15 362
662 말발 끝발 이월란 2008.05.10 281
661 말하는 옷 이월란 2012.05.19 263
660 맛간 詩 이월란 2010.10.29 366
659 망할년 이월란 2009.08.01 455
658 매일 떠나는 풍경 이월란 2008.11.21 259
657 매일 짓는 집 이월란 2010.08.22 447
656 매핵기(梅核氣) 이월란 2010.04.23 382
655 맹물로 가는 차 이월란 2010.10.29 430
654 맹인을 가이드하는 정신박약자 이월란 2008.05.09 377
653 머리로 생리하는 여자 이월란 2010.01.07 545
652 머핀 속의 사랑 이월란 2008.05.10 240
651 먼지 이월란 2008.05.10 251
650 이월란 2008.08.07 280
649 멍키, 학교에 가다 이월란 2009.10.11 315
648 명절 목욕탕 이월란 2008.12.19 381
647 모나크나비는 이월란 2009.04.14 345
646 모래성 이월란 2012.01.17 261
Board Pagination Prev 1 ...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