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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10.01.19 10:41

체모 한 가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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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모 한 가닥



이월란(10/01/17)



변기 위에 떨어져 있는 체모 한 가닥
유일하게 길이가 비슷한, 짧아서 더 은밀했던 밀어처럼
내건지 당신건지 알 수가 없다
지구 반대편에서 온 우리는
미아들의 우주정거장에서 만나 구토를 일으키기도
현기증에 서로를 빙빙 돌리기도 했었는데
시간이 빠져나가는 집안의 배수구마다
맞붙은 코리올리의 힘으로
시계 반대 방향으로 기어오르기도
시계 방향으로 휩쓸려 내려가기도 한 소용돌이가
어찌 그리 어지럽기만 했던지
어찌 그리 서럽기만 했던지
내 것인 듯, 당신 것인 듯
서로를 부비며 삶의 추위를 녹이던 권태마저도
상관없이 아까운 듯
우리 여기선 한 번도 안했다, 그치
영역 표시를 하는 동물의 본능처럼
집안 구석구석 체모 한 가닥씩 떨어뜨려두고 싶어했던
이젠, 늙어가는 육신의 바람
변기 속으로 나폴나폴 떨어져 쓸려 내려가는
서로의 목을 축이느라 시든 꽃대를 닮아버린
당신과 나의, 접붙인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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