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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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10.01.19 10:42

사인 랭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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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 랭귀지



이월란(10/01/18)
  


끌밋한 체격의 그 사내는 첫 수업부터 젊은 아가씨 둘을 대동하고 들어왔다 장장 세 시간 동안의 수업 내내 강의실 안의 소리란 소리는 모두 그녀들의 번갈아가는 수화로 사내의 눈 속에서 통역되고 있었다


문법이 들리지 않고 스펠링이 들리지 않는 나의 귀는 갑자기 소리의 축제 앞에서 호강에 받치기 시작했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무성영화 같은 한 편의 생필름 속에서 제스처가 풍부한 미국인 특유의 넘치는 표정잔치, 그들의 수화는 눈, 코, 입술이 함께 말을 한다 침묵의 활자가 허공 가득 웅변처럼 날아다니다 벽의 심장을 뚫는다


가을과 겨울의 다리를 건너오는 사이 성홍열에 들떠버린 농아처럼 소리를 삼켜버린 저 침묵의 아우성은 참 많이도 날 닮아 있다 소리 없는 소리로 통변하는 저 초고속의 팬터마임은 귀먹고도 소란했던 나의 삶을 참 많이도 닮아 있다 소리 끝에 꽃처럼 피어나던 무언의 모노드라마 속에서 행간의 요새가 음모를 꾸미던 소리, 숲의 목소리가 우거지는 밀림 속에서 나는 고요를 더듬는 가지가 자꾸만 뻗어나오는, 한 그루 나무가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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