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44
어제:
306
전체:
5,023,057

이달의 작가
2010.03.15 14:49

휠체어와 방정식

조회 수 467 추천 수 4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휠체어와 방정식



이월란(10/03/12)



그의 다리는 둥글다
그래서 수레처럼 굴러온다
한 번씩 벌떡 일어서는 걸 보면 마비는 아닌 것 같은데
저렇게 땅을 굴리고 또 굴려선, 방정식을 배우러 온다
제로가 분모가 되면 언디파인드
정의되지 못하는, 미정의, 막연한
그의 둥근 다리는 제로를 닮았다
0이 아닌 정수로만 나눌 수 있는 삶을
분수를 모르는 그의 분수는
바퀴 달린 의자 위에서 해바라기만 하지 않고
오늘도 열심히 삶의 방정식을 풀러 온다
  

Die Hard의 스핀오프를 찍다가 세트장에서 달려온
브루스 윌리스를 쏙 빼닮은 그의 스킨헤드엔 언제나
꽃무늬 스카프가 사계절 봄이다
단벌 가죽잠바가 성한 바람마저 뚫고 왔으리라
나의 삶은 왜 걷지 못 하나요
시비 한 마디 없이 주저앉은 삶을 싣고
인력거처럼 헉헉 달려오고 나서야
이두박근이 불끈 불끈 굴려온 저 둥근 다리가
내 눈 앞에 당당히 서고 나서야
나는, 내가 걸어 왔음을 알게 된다
걷지 못하는 다리가 성한 다리를 일으켜 세우고 있다
그가 입으로 풀어 주는 방정식을 강사가 보드에 받아 적고 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25 히키코모리 이월란 2011.03.18 396
1024 흰긴수염고래 이월란 2010.01.04 545
1023 흙비 이월란 2010.03.22 523
1022 흔적 이월란 2008.08.28 282
1021 흔들의자 이월란 2008.05.08 559
1020 흔들리는 집 5 이월란 2008.11.12 273
1019 흔들리는 집 4 이월란 2008.11.11 285
1018 흔들리는 집 2 이월란 2008.05.10 270
1017 흔들리는 물동이 이월란 2008.05.09 277
1016 흑염소탕 이월란 2009.10.08 661
1015 흐림의 실체 이월란 2008.10.24 263
1014 흐린 날의 악보 이월란 2021.08.16 58
1013 흐린 날 이월란 2008.05.10 296
1012 흐르는 섬 이월란 2009.01.15 278
1011 흐르는 뼈 이월란 2008.12.09 302
1010 휴대폰 사랑 이월란 2008.05.10 337
» 휠체어와 방정식 이월란 2010.03.15 467
1008 횡설수설 악플러-----영혼말이 이월란 2008.11.18 193
1007 횟집 어항 속에서 이월란 2008.10.07 570
1006 회향(懷鄕) 이월란 2008.05.09 299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