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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10.03.15 14:49

휠체어와 방정식

조회 수 451 추천 수 4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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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와 방정식



이월란(10/03/12)



그의 다리는 둥글다
그래서 수레처럼 굴러온다
한 번씩 벌떡 일어서는 걸 보면 마비는 아닌 것 같은데
저렇게 땅을 굴리고 또 굴려선, 방정식을 배우러 온다
제로가 분모가 되면 언디파인드
정의되지 못하는, 미정의, 막연한
그의 둥근 다리는 제로를 닮았다
0이 아닌 정수로만 나눌 수 있는 삶을
분수를 모르는 그의 분수는
바퀴 달린 의자 위에서 해바라기만 하지 않고
오늘도 열심히 삶의 방정식을 풀러 온다
  

Die Hard의 스핀오프를 찍다가 세트장에서 달려온
브루스 윌리스를 쏙 빼닮은 그의 스킨헤드엔 언제나
꽃무늬 스카프가 사계절 봄이다
단벌 가죽잠바가 성한 바람마저 뚫고 왔으리라
나의 삶은 왜 걷지 못 하나요
시비 한 마디 없이 주저앉은 삶을 싣고
인력거처럼 헉헉 달려오고 나서야
이두박근이 불끈 불끈 굴려온 저 둥근 다리가
내 눈 앞에 당당히 서고 나서야
나는, 내가 걸어 왔음을 알게 된다
걷지 못하는 다리가 성한 다리를 일으켜 세우고 있다
그가 입으로 풀어 주는 방정식을 강사가 보드에 받아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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