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05
어제:
276
전체:
5,025,627

이달의 작가
2010.06.12 03:30

클레멘타인

조회 수 428 추천 수 5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클레멘타인


이월란(10/06/11)


내 늙은 아버지는 따땃한 아랫목에 푹신하게 누워 계시다
까맣게 물들인 올백 머리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쥐색 빵모자를 붉은 신생아처럼 쓰고 계시다
나는 아버지가 밉지도, 곱지도 않다
내가 살아갈 덧없음의 시간처럼 정들지 말아야 한다
늙은 아버지의 머리맡에서 새파랗게 젊은 귤을 까서 먹는다
아버지는 오돌도돌 귤피를 벗기고도
얇디얇은 과육의 살 껍질까지 더 벗겨야만 드신다
적어도 당신이 나보다 더 먼저 죽겠군요
그 땐 조금, 아주 조금만 울겠어요
혼자 오물오물 까먹다가 넌지시 물어 본다
아버지예, 까 드리까예?
우리 새끼가 까주면 맛있게도 먹지
속살까지 홀랑홀랑 벗겨선 끈끈한 과즙을
서늘한 피처럼 두 손에 홈빡 적시며
접시에 가지런히 담아드린다
까는 시간보다 휠씬 빠른 속도로 한 접시를 비우신다
그렇게 살아 오셨겠다
[나의 사랑, 나의 사랑,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
늙은 아비 혼자 두고 영영 어디 갔느냐]
늙은 내 아버지는 장차 태어날 나의 아기처럼
가슴 속까지, 시큼시큼 철없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65 휴대폰 사랑 이월란 2008.05.10 337
264 그 섬에 이월란 2008.05.10 287
263 꽃덧 이월란 2008.05.10 297
262 인사이드 아웃 이월란 2008.05.10 417
261 생인손 이월란 2008.05.10 573
260 날아다니는 길 이월란 2008.05.10 364
259 눈 오는 날 1, 2 이월란 2008.05.10 326
258 그대, 시인이여 이월란 2008.05.10 281
257 미워도 다시 한번 이월란 2008.05.10 393
256 바람의 뼈 이월란 2008.05.10 290
255 손톱달 이월란 2008.05.10 323
254 벽 1 이월란 2008.05.10 290
253 오늘, 그대의 삶이 무거운 것은 이월란 2008.05.10 328
252 나를 건지다 이월란 2008.05.10 317
251 당신꺼 맞지?--------------conte 시 이월란 2008.05.10 293
250 사랑 5 이월란 2008.05.10 287
249 미자르별이 푸르게 뜨는 날 이월란 2008.05.10 410
248 미로캠 이월란 2008.05.10 309
247 어느 아침 이월란 2008.05.10 246
246 기억이 자라는 소리 이월란 2008.05.10 239
Board Pagination Prev 1 ... 34 35 36 37 38 39 40 41 42 43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