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신전
이월란(2010/08)
장중했던 기억을 모시고 세월의 숲은 우거집니다 속임수처럼 그늘만 늘어난 영토는 행여 밝아질까 촛대 같은 내게 불꽃의 언어를 당기고
햇살의 혜택은 빚진 자의 추억에 불과했습니다 서로의 예언자가 되어 치러내던 성스러운 축제는 시간이 앗아가버린, 지난 계절의 헛기침이었습니다
계절이 집전하는 산 자의 위패는 언제나 더 향기로워서 나는 그늘 속에 평상처럼 누워 기꺼이 죽은 자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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