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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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10.10.29 11:23

몸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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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길


이월란(2010/10)


코앞에 프리웨이 입구가 뚫린 지 열흘째
주욱 타고 달린 날보다 놓친 날이 더 많았다
핸들만 잡으면 사차원을 달리는 마음을 두고
손은 오래된 길을 향해 매번 핸들을 꺾었다

새 길에 들어서면 언제나 새로 변해버린
나와 맞닥뜨려야 하지 않던가
저 길이 언제 생겼다고
나는 벌써 6, 7분의 주행시간을 과감히 도려내었는데

놓치기 싫은 그 길 위에 내 어미 분 내음 떠 다녔을까
외면키 싫은 그 길 위에 내 아비 땀 내음 날아 다녔을까
생각 없이도 달릴 수 있는 그 길이 좋다는데

마음처럼 간사하지 못해
더 오래 기억하며, 더 먼저 기억해내는 몸속의 길
칼라시대에 흑백 브라운관이 뜨고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가 달리는 길

내 어미 등에 업혀 있었을까
내 아비 무릎에 앉아 있었을까
기억의 손이 산을 뚫고 터널을 내어 닦아 놓은 길

이젠 잊어도 좋을, 이젠 더 빠른 길로 가도 좋을
거울 속 나신 위에 실핏줄처럼 흐르는
지도에도 없는 길들이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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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진짜 바람

  2. 섬그늘

  3. 푸른 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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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니그로

  6. 맛간 詩

  7. 보슬비 육개장

  8. 맹물로 가는 차

  9. 한 마음

  10. 동문서답

  11. 환절의 문

  12. 타임래그 2

  13. 레드 벨벳 케잌

  14. 몸길

  15. 어제는 자유

  16. 숲의 함성

  17. 눈이 목마른, 그 이름

  18. 그대가 오는 길

  19. 갈피

  20. 할로윈 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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