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82
어제:
276
전체:
5,025,504

이달의 작가
2010.10.29 11:23

몸길

조회 수 472 추천 수 4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몸길


이월란(2010/10)


코앞에 프리웨이 입구가 뚫린 지 열흘째
주욱 타고 달린 날보다 놓친 날이 더 많았다
핸들만 잡으면 사차원을 달리는 마음을 두고
손은 오래된 길을 향해 매번 핸들을 꺾었다

새 길에 들어서면 언제나 새로 변해버린
나와 맞닥뜨려야 하지 않던가
저 길이 언제 생겼다고
나는 벌써 6, 7분의 주행시간을 과감히 도려내었는데

놓치기 싫은 그 길 위에 내 어미 분 내음 떠 다녔을까
외면키 싫은 그 길 위에 내 아비 땀 내음 날아 다녔을까
생각 없이도 달릴 수 있는 그 길이 좋다는데

마음처럼 간사하지 못해
더 오래 기억하며, 더 먼저 기억해내는 몸속의 길
칼라시대에 흑백 브라운관이 뜨고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가 달리는 길

내 어미 등에 업혀 있었을까
내 아비 무릎에 앉아 있었을까
기억의 손이 산을 뚫고 터널을 내어 닦아 놓은 길

이젠 잊어도 좋을, 이젠 더 빠른 길로 가도 좋을
거울 속 나신 위에 실핏줄처럼 흐르는
지도에도 없는 길들이 선명하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45 말하는 옷 이월란 2012.05.19 263
844 바람의 길 3 이월란 2008.05.10 264
843 둥근 집 이월란 2008.12.19 264
842 사람의 바다 이월란 2008.05.10 265
841 오독(誤讀) 이월란 2008.12.10 265
840 연습 이월란 2009.01.19 265
839 불시착 이월란 2009.01.22 265
838 유혹 이월란 2012.05.19 265
837 꽃물 이월란 2008.05.10 266
836 부산여자 이월란 2008.08.04 266
835 별 2 이월란 2008.05.10 267
834 단풍 2 이월란 2008.05.10 267
833 그녀에게* 이월란 2008.11.30 267
832 사람내 이월란 2009.04.05 267
831 오늘은, 삶이 2 이월란 2009.04.14 267
830 근시안 이월란 2009.05.09 267
829 병물과 물병 이월란 2009.07.27 267
828 오후 3시 이월란 2009.11.21 267
827 조회 이월란 2011.12.14 267
826 너를 쓴다 이월란 2008.05.10 268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