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14
어제:
276
전체:
5,025,536

이달의 작가
2010.10.29 11:23

몸길

조회 수 472 추천 수 4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몸길


이월란(2010/10)


코앞에 프리웨이 입구가 뚫린 지 열흘째
주욱 타고 달린 날보다 놓친 날이 더 많았다
핸들만 잡으면 사차원을 달리는 마음을 두고
손은 오래된 길을 향해 매번 핸들을 꺾었다

새 길에 들어서면 언제나 새로 변해버린
나와 맞닥뜨려야 하지 않던가
저 길이 언제 생겼다고
나는 벌써 6, 7분의 주행시간을 과감히 도려내었는데

놓치기 싫은 그 길 위에 내 어미 분 내음 떠 다녔을까
외면키 싫은 그 길 위에 내 아비 땀 내음 날아 다녔을까
생각 없이도 달릴 수 있는 그 길이 좋다는데

마음처럼 간사하지 못해
더 오래 기억하며, 더 먼저 기억해내는 몸속의 길
칼라시대에 흑백 브라운관이 뜨고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가 달리는 길

내 어미 등에 업혀 있었을까
내 아비 무릎에 앉아 있었을까
기억의 손이 산을 뚫고 터널을 내어 닦아 놓은 길

이젠 잊어도 좋을, 이젠 더 빠른 길로 가도 좋을
거울 속 나신 위에 실핏줄처럼 흐르는
지도에도 없는 길들이 선명하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45 노안(老眼) 이월란 2008.05.10 245
844 사용기간이 만료되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월란 2008.05.10 318
843 데자뷰 (dejavu) 이월란 2008.05.10 277
842 가을소묘 이월란 2008.05.10 296
841 흐린 날 이월란 2008.05.10 296
840 우린 모르니까요 이월란 2008.05.10 318
839 Dexter 이월란 2008.05.10 248
838 사랑 3 이월란 2008.05.10 255
837 生의 가녘 이월란 2008.05.10 261
836 이름도 없이 내게 온 것들을 이월란 2008.05.10 347
835 가을주정(酒酊) 이월란 2008.05.10 276
834 다녀간 사람들 이월란 2008.05.10 368
833 나의 사람아 이월란 2008.05.10 361
832 단풍 이월란 2008.05.10 253
831 단풍 2 이월란 2008.05.10 267
830 밑줄 이월란 2008.05.10 270
829 페치가의 계절 이월란 2008.05.10 253
828 눈부셔 눈부셔 이월란 2008.05.10 245
827 내 당신을 이월란 2008.05.10 232
826 어떤 기다림 이월란 2008.05.10 216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52 Next
/ 52